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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Nov 03. 2023

이로코

나무의 삶

예전에 악기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건 지금도 나의 꿈이긴 한데 나만의 악기를 갖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Leo Fender가 처음 기타와 베이스를 만들 때 나무가 아닌 다른 소재를 사용했다면 지금의 악기의 역사가 다르게 쓰였겠지만 당시 Leo Fender는 연주자가 아니기도 했고 예전 클래식 악기를 만들 때부터 사용하던 나무를 이용했기 때문에 이것이 지금까지 그대로 내려온 것이다.


오래전부터 악기를 만들 때 나무나 돌 같은 소재를 이용한 것은 주위에서 그만큼 구하기 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색소폰이나 클라리넷 같은 악기들을 금관악기로 알 수 있을 텐데 실제로는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아마도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없었을 시대에는 다루기 쉬운 소재가 나무였을 테니 말이다.


지금이야 어떤 소재든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금속을 이용해서 만들기도 하지만 이런 분류가 지금까지 내려온 게 아닌가 싶다.



지금도 있으려나? 


대학생 시절 홍대의 어느 목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수많은 종류의 나무를 보고 놀랬던 기억이 난다.


가게 주인이 젊은 형이었는데 이것저것 물어보면 일일이 설명해 주셨던 멋진 형이었다.


"너 악기 다룬다며? 보통 오리나무라고 부르는 앨더나 애쉬, 메이플 (단풍나무) 같은 게 가구 만들 때 가장 흔하게 쓰이는 수종이야. 가격이 다른 목재에 비해 저렴하거든. 근데 악기 만드는 사람들도 이게 가장 보편적이라 많이 찾는다."


당시에는 그런 거 몰랐던 시절이라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화려한 탑으로 많이 쓰는 게 벅아이벌이라든가 피겨드 메이플 같은 걸 쓰지. 요거 요거 요런 나무말이야"


그리고 가구에 많이 사용되는 나무들도 알려주셨다.


"흑단, 로즈우즈, 월넛처럼 악기에도 많이 쓰이거나 티크 같은 나무들이 고급 목재로 분류된다. 아프리카 계열의 이로코 같은 나무 요게 또 고급 목재거든"


최근에는 '우드슬랩'이라고 하는 거 같은데 당시에는 '라이브 엣지'라고 해서 특별히 재단하지 않고 수피만 제거한 판재를 말한다.


보통 나무를 자르고 난 이후 그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모양도 제각각인 데다가 그 '우드슬랩'으로 테이블을 만들면 독특한 인테리어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한때 유행처럼 '우드슬랩'으로 나만의 유일한 테이블을 많이 만들었던 기억도 난다.


요즘도 그러나?


암튼 그 가게에서는 이런 우드슬랩도 다루고 있었다. 대부분은 악기용으로 판매하는 게 아니고 가구에 사용될 용도로 판매하지만 가끔씩은 괜찮은 목재가 있으면 악기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중에 월넛은 좀 비싸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던 인기 있는 수종은 티크와 이로코 같은 계열이었다.

가구 쪽에서는 티크와 이로코도 고급 목재로 분류되긴 하지만 가격이 월넛에 비해 적당하고 고급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한 3개월 정도 일했었는데 그 가게에서 유독 잘 나가던 수종은 이로코였다.


이게 마루나 이런데 좋다고 해서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악기 쪽에서도 최근에는 티크는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로코는 젬베 같은 타악기에 많이 쓰인다고 하는데 기타나 베이스에 사용한 걸 본 적은 없다.


아마 있기는 하겠지만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겠지?



Omar Sosa & Tiganá Santana - Iroko (2023년 음반 Iroko)


최근 쿠바 피아니스트인 Omar Sosa가 트럼페터 Paolo Fresu와 <Food>라는 작품을 또 함께 한다 해서 정말 오랜만에 Omar Sosa를 구글링 하다가 익숙한 단어의 음반을 찾게 되었다.


바로 <Iroko>!

올해 초에 발매가 되었던 음반이네??

거기에 Tiganá Santana와 함께 한 음반이라 관심이 절로 간다.


국내에서는 신기하게 Omar Sosa가 인기가 없는 거 같다.


한때는 쿠바 음악이 국내에서도 돌풍을 일으켰을 때도 그래미 후보에 6번이나 노미네이트 되었던 뮤지션임에도 말이다.


그나마 Paolo Fresu와 자주 협연을 하면서 알려지긴 했지만 순전히 Paolo Fresu의 인기에 Omar Sosa에 대한 관심이 그 뒤로 간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작가 Shel Silverstein이 쓴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나무는 우리 주위에서 알게 모르게 함께 하고 있다.


동화 내용처럼 이기적이고 욕심 가득한 우리 인간의 삶 속에서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주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나무의 삶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오늘 하드케이스에 잠자고 있는 베이스나 닦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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