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그래~
예전부터 여름은 보사노바의 계절이라는 말을 자주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재즈를 어느 정도 듣다 보면 꼭 만나는 음반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전 세계적으로 보사노바의 열풍을 일으킨 음반 <Getz/Gilberto>이다.
전염이 되는 것일까?
군대를 제대하고 당시 '인라이브'같은 인터넷 방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이 인터넷 방송을 나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한 건 아니고 방송하는 분들이 만든 어떤 크루에서 특정 시간대에 활동했었다.
그리고 동호회나 이런 곳에 가입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나도 '프리/아방가르드 재즈가 진짜 재즈이지'라는 관념에 사로잡혀서 한때는 다른 재즈 장르는 너무 대중적이라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잠시 가졌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무슨 보사노바야'라고 치부했던 음반 <Getz/Gilberto>를 통해서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재미있던 건 군대를 늦게 가게 된 초딩 친구 한놈이 여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군대 제대하고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어느 시기였던 이맘때쯤이었을 것이다.
내가 속했던 크루의 방송방에 들어오면 절반이 여성분들이다 보니 - 아바타 뒤에 숨은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르는 - 이 친구가 혹했던 것일까?
군대 가기 전에 여자친구를 만들어 보겠다는 심상이었을 것이다.
가요랑 이것저것 틀던 이 친구가 목소리가 약간 성시경 느낌 나던 친구라서 그런지 제법 DJ느낌 물씬 풍기는 멘트를 날리며 방송을 하는데 생각보다 인기를 끌었다.
동네 친구들끼리 술 한잔 하던 어느 날에 이 친구가 문득 재즈 방송을 하던 나에게 몇 가지 재즈 곡 좀 mp3로 달라고 졸랐다.
"내 방송에 단골 여성분이 있는데 틀어 줄 만한 분위기 있는 재즈 곡 좀 줘봐라. 칭구야~"
"왜 그 여자가 맘에 들던?"
아마도 사진도 주고니 받거니 했나 보다.
그날 밤 술 한잔하고 뭘 줄까 하고 컴퓨터를 뒤져보는데 그렇다고 프리/아방가르드 재즈 곡을 줄 수는 없고 이것저것 듣다가 우연히 틀어 놓은 게 <Getz/Gilberto>이다.
술 한잔도 했겠다 나름 감성 폭발하는 그 새벽에 들려온 이 음반은 정말이지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듯 연주하고 노래하는 게 황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문득 정신 차리고 들었던 생각은 이거였다.
뭐야? 여름하면 보사노바라고 하는데?
왜 이런 쌀쌀한 날씨에 더 잘 어울리는데?
이후 João Gilberto, Antônio Carlos Jobim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음악이 아주 화려지도 않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에게는 이 음악이 너무나 솔직하게 느껴지고 담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원래 노래보다는 연주곡에 더 관심을 가졌던 나는 Lisa Ono나 Astrud Gilberto 같은 보컬리스트들의 음반에서 보사노바뿐만 아니라 브라질의 MPB 뮤지션들 그러니깐 Caetano Veloso, Milton Nacimento 등 찾아 듣기 시작했다.
Milton Nacimento의 경우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거인 Wayne Shorter의 음반 <Native Dancer>때문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음반을 직접 찾아본 것은 처음이기도 했다.
그만큼 브라질의 음악이 너무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많이 찾아 듣는 건 아니지만 집에는 여전히 Lisa Ono의 많은 음반이 있다.
물론 그녀가 항상 보사노바만 연주하고 노래한 건 아니지만 <Bossa Carioca>는 Antônio Carlos Jobim의 아들이 음반에 프로듀서로 뮤지션으로 참여하고 있는 작품으로 보사노바의 매력을 정말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쿼스틱 기타 하나에 읊조리듯 노래하는 이 보사노바에 대한 이미지가 왜 여름이라고 알려져 있을까?
거기에는 브라질, 특히 라틴/남미 계열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상당히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미하면 떠오르는 거?
삼바 같은 열정적인 대륙! 화려한 바닷가! 뜨거운 여름의 비키니
뭐 이런 이미지가 아닌가?
아니면 말고~
또는 청량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초기 보사노바의 음악을 들어보면 나에게는 슬픈 감성을 가지고 있는 음악처럼 들린다.
어쩌면 이건 정말 개인적인 취향 또는 개인적인 느낌에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처럼 보사노바 장르하나에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성이 정말 다양한데 하물며 재즈는 어쩌겠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보사노바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반박 시 님 말이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