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uSic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기쁨 Nov 30. 2023

벌써 호빵의 계절이여??

호빵의 추억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 보니 아내가 우리 딸 사랑이랑 호빵을 먹으려고 찌고 있었다.


가스레인지 위에 큰 찜통 위로 연기가 모락모락 나기 시작한다.


드디어 호빵이 나오고 우리 딸 사랑이가 호빵을 손바닥 위에서 막 돌리고 있다가 갑자기 호빵의 껍질을 먼저 싹 벗겨먹는 게 아닌가?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호빵이 100원이었다. 지금이야 워낙에 종류가 많지만 당시에는 팥호빵 아니면 야채호빵이다.


야채 호빵이 150원이었던가? 120원이었던가? 암튼 조금 더 비쌌다.


친구들끼리 놀이터에서 뛰놀다가 집에 가는 길에 작은 슈퍼가 있었는데 그날 호빵을 파는 것을 보고 친구 한 명이 500원짜리를 꺼내 들더니 하는 말!


"야 내가 오늘 호빵 살게!!!"


딱 5명뿐이라 눈치 볼 거 없이 그냥 팥 호빵을 손에 들고 다들 먹기 시작한다.


나는 당시 신기하게도 호빵을 좀 더 오래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먼저 호빵 껍질을 살살 벗겨서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걸 본 한 녀석이 따라 하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한마디 한다.


야! 근데 이거 아무 맛도 안 나는데???


그러더니 호빵을 이상하게 먹는다고 친구들이 놀려댄다.


나도 질 수 없었던 지라 한마디 한다.


내가 어떻게 먹든 말든 니들이 뭔 상관이야!


취향을 존중해 주라고!!!!


Joan Monné Trio - Maria (2007년 음반 Mireia)


그 이후로는 호빵 가격이 갑자기 2배씩 오르더니 마지막으로 가게에서 사 먹었을 때 거의 1000원에 가까웠던 것만 기억이 난다.


사랑이 앞에서 내가 호빵을 먹었던 적이 없는데 내 어릴 적 하던 행동을 하는 걸 보면 부전자전인가?




뮤지컬 <West Side Story>의 원작은 셰익스피어의 <Romeo And Juliet>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그 배경을 뉴욕으로 옮긴 내용이라고 한다. 거기에 명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Leonard Bernstein의 곡들로 구성해 만든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나는 이것을 영화로만 보고 실제 뮤지컬로는 본 적이 없지만 관련 곡들을 들어보면 상당히 익숙한 느낌을 준다.


Oscar Peterson이라든가 André Previn은 아예 이 뮤지컬의 작품을 통째로 연주한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 작품에 수록된 곡들은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연주하고 불렀다.


그중에 나는 이 'Maria'를 제일 좋아한다.


이유는?


글쎄?


꼭 이유를 찾아야 할까?


그나저나 지금 생각해 보니 신기하게도 어릴 때 호빵 먹던 그때 감성이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건 그냥 코에 걸면 귀걸이고 귀에 걸면 코걸이랑께?!?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뭐... 일단 그렇다고 치자!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새벽이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