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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Dec 06. 2023

신기루 같은 기억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지만 사라져 버리는...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삶을 살아오면서 가끔 신기루 같은 기억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남자들의 경우에는 군대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우리 아버지는 이제 팔순이 다 돼 가신다.


그럼에도 군대 이야기를 하실 때는 마치 눈앞에 펼쳐진 것처럼 이야기를 하시곤 한다.


아버지가 사단으로 제대 신고를 하기 위해 올라가는 와중에 김신조 사건이 일어나면서 근 1년의 군생활을 더 하셨던 이야기. 운전병이셨던 아버지의 이런저런 이야기.


아니 당일 제대인데 하필이면 그때 김신조 사건이 일어나 붙잡혀서 근 1년을 더하셨다니... 충격적이구먼


처음 훈련소 입대하실 당시에는 지금과는 다르게 옷사이즈가 맞지 않아 일단 몸에 맞는 거 욱여넣다는 이야기나 밥을 더 먹기 위해 식기를 숟가락으로 찍어서 밑으로 더 깊게 만드셨다는 이야기는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이야기지만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아버지가 군대 이야기를 하고 나시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그때의 기억들이 눈앞에선 선명한데 붙잡으려 하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단 말이지." 




Reis Demuth Wiltgen - Mirage (2013년 음반 Reis, Demuth, Wiltgen)


가끔은 우리 삶이 신기루를 잡는 삶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지만 막상 잡으면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들.


그중에는 손에 잡히는 그 무언가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마는 삶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눈앞에 펼쳐진 신기루 같은 우리 삶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 팀의 피아니스트 Michel Reis는 최근에도 솔로 음반을 통해서 자신의 음악을 펼쳐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클래식이 기반이기도 해서 그런지 그의 솔로는 재즈보다는 클래식을 마주하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가끔 이런 트리오 연주를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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