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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Dec 07. 2023

1994년 어느 늦은 밤에

아버지가 주신 선물로 잠 못 이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사춘기 시절은 사춘기가 왔던가 하고 조용히 지나간 듯싶다.


하나에 몰두하면 조용히 그 일에 집중했던 성격이라 그런지 큰 사고를 치거나 부모님을 속 썩였던 적이 없었다.


아 물론 아주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겠지? 그냥 내 기억에는 그렇다.


실제로 아버지나 어머니는 동생들과 비교해서 넌 사춘기가 안 온 거 아니냐는 말씀을 해주셨으니 아주 틀린 기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질풍노도의 시기에 아버지가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교회 아는 분을 통해 펜더 베이스를 선물해 주셨다.


물론 멕시코 펜더였긴 하지만 내 생애 처음으로 나만의 악기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너무나 기뻤다.


특별히 말썽을 부리지 않았던 이유?


그 넘의 'Donna Lee'때문이 아니었을까?


고등학교 시절에는 앞부분만 따고 완곡을 못하긴 했지만...



European Jazz Trio - Late Night 1994 (2019년 음반 The Year After)


우리나라 가요가 이렇게 멋진 재즈연주로 탄생할 수 있다.


이전에 손성제 님의 <Nouveau Son> 음반도 참 좋았는데 European Jazz Trio가 연주하는 곡도 참 멋지구나!!



최근 1994년과 관련된 뭐 외국 치킨 프랜차이즈의 광고가 나오는데 나에게 1994년도는 좀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해이기도 하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해가 바로 1994년도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교회에서 '문학의 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문학의 밤' 행사는 상당히 큰 행사였다.


1년을 준비하는데 당시 자매결연을 통해 인연을 맺은 다른 교회분들과 함께 서로 준비를 도와주기도 하고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때 아는 선배 누나가 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한창 '문학의 밤' 행사를 같이 준비하던 와중이었다.


나만의 베이스가 생겼다는 기쁨과 아는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슬픔이 공존했던 그 해가 1994년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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