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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Nov 27. 2023

나는 새벽이 좋다

이유는 라디오

어릴 적부터 있던 라디오는 나에게 마술상자 같았다.


여기저기 주파수를 돌리다 보면 음악도 나오고 사람 목소리도 나오고 하니 거기에 집중했다.


어릴 적에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으니 당시 집 앞에 있는 공장에 나무로 만든 틀 같은 것을 몰래 가지고 와서 이불로 덮고 그 안에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이사를 했는데 나만의 방이 생기면서 라디오는 완전 내 친구가 되었다.


9시가 되면 한 시간 정도 잠자리에 드는 척하다가 다시 일어나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물론 자는 척하다 진짜 잠이 들기도 했지만 항상 그 시작은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끝나는 자정 이후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들었는지는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마도 이 빈 시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테이프를 꼽고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벽 2시에서 3시까지 진행했던 전영혁의 '25시의 데이트'가 피날레였다.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이런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던 97년에는 이문세가 아닌 다른 DJ가 진행하면서 '별이 빛나는 밤에'는 나의 추억 속에만 머물게 되었다.


전영혁의 '25시의 데이트'는 대학교 들어가서는 안 듣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군대에서 다시 라디오를 들었을 때 '음악세계'로 바뀌었던 기억이 난다.


특이하게도 이런 라디오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나오는 시그널 음악이 늦은 밤에서 새벽이라는 시간을 기억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Otello Savoia Quintet - Serenata per un amore perso, take 1 (2004년 음반 Dispair)


나에게 새벽은 항상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느낌의 시간으로 기억이 된다.


마치 이탈리아 베이시스트 Otello Savoia의 'Serenata per un amore perso, take 1'같이 몽롱하게 퍼지는 이 느낌처럼 말이다.


2005년도였던가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지인 한분이 이 곡을 들어보라고 보내줬었다.


아마도 새벽시간 즈음이면 꼭 이 노래를 틀어놓고선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렸던 기억이 난다.


구할 방법이 없었는데 그때 다른 지인 분이 뮤지션한테 직접 연락해서 구입했다고 해서 나도 메일로 구입의사를 밝혔다.


마침 그가 새로 나온 음반도 있다고 해서 그 음반까지 해서 3장의 작품을 구입한 기억이 난다. 


재미있는 건 그의 데뷔작인 <Luise>는 그냥 공짜로 줘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는 거?


여전히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여전히 멋진 연주를 선보이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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