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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Jan 03. 2024

그림자 놀이

어릴 적 악몽을 꾸다

초등학생 때로 기억이 난다.


88 올림픽이 열렸던 그해가 4학년이었는데 굴렁쇠 놀이가 체육 정규 교육이 되면서 굴렁쇠 놀이에 열중하기도 했고 호돌이 그림 경연대회도 열렸던 시기이다.


그렇게 88 올림픽이 거의 막바지를 향해 가던 어느 날 학교에서 단체로 그림자를 이용한 연극을 보러 간 일이 있었다.


단체로 보고 있자니 재미는 있었던 거 같다.


진행하시는 분이 이야기를 엄청 흥미롭게 풀어나가신 것까지도 분명 기억이 난다.


친구들과 함께 웃으면서 본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날 밤 잠에 들면서 꿈속에서 그림자 악령이 하루종일 나를 쫓아 당겼다.


새벽에 깨서 부모님이 잠드신 안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엄마 아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는데 엄마가 깨시더니 "우리 아들 왜 그래? 악몽을 꿨니?" 하면서 살포시 앉아주시는데 그게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그러시면서 가끔 어머니는 내가 어릴 적 은근 겁이 많았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유치원에서 케이크 만들기 놀이를 한다고 일찍 등교시키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일찍 재우려고 불을 껐는데 갑자기 우리 딸이 무슨 박스 같은 것을 가져온다.


가운데 네모난 기름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작은 손전등과 검은색 종이로 만들어진 동물들과 사람 모양의 모형을 가져오더니 기름종이에 가져다 대고 손전등을 비춰서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한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길을 가고 있어요. 그때 한 어린아이가 등장해서 같이 놀기 시작해요."


하면서 나에게 그림자 놀이를 시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


박수를 쳐주며 호응하며 한동안 웃으며 놀다가 품 안에서 잠을 자는 딸을 보며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Bartłomiej Brat Oleś/Kenny Werner/Marcin Oleś - Shadows (2006년 음반 Shadows)


폴란드 출신 뮤지션들 중 프리재즈 영역에서 상당한 실력을 발휘하며 활동하는 형제가 있다.


바로 Oleś 형제인 드러머 Bartłomiej Brat Oleś, 바르트워메이 브랫 올레스와 베이시스트 Marcin Oleś, 마르신 올레스로 이 둘은 수많은 작품에서 함께 하거나 자신만의 리더작을 통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뮤지션들이다.


그중에 피아니스트 Kenny Werner 팬들에게 일종의 수집 대상이 되던 음반이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 형제들과 함께 한 <Shadows>라는 음반이다.


딸 사랑이에게 그림자 놀이를 시전 당한 이후 떠오른 게 이 음반이었다니 나도 어지간한 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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