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상상 #21
하루하루가 바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
가끔 거리를 수놓은 네온사인과 현란한 간판들이 밤손님을 유혹한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면 언제나 나를 맞이하는 공간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불 켜는 스위치가 어디 있더라?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아서 불을 킨다.
옷은 그냥 대충 구석에 벗어젖힌다.
어라?
한동안 안 치웠더니 그렇게 벗어젖힌 옷이 쌓여있네?
어영부영 세탁기에 그냥 구겨 넣는다.
저녁은 뭐...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몸이 피곤하니 먹는 것도 귀찮다.
아... 건강 생각하면 뭐라도 먹어야겠지만 챙겨 먹는 것도 뭔가 사치처럼 느껴진다.
아... 집에 오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서 담배 사 오는 걸 깜빡했지 뭐야!
담배도 다 떨어졌는데 츄리닝을 대충 챙겨 입고 쓰레빠를 끌며 편의점으로 향한다.
온 김에 끼니가 될 만한 걸 엄청나게 고민하며 고른다.
그래도 건강 정도는 챙겨야겠지?
편의점에서 주는 비닐봉지에 먹을 것을 담고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갔다.
이런! 바보같이!!
먹는 거 고민하느라 담배를 안 샀네?
엘리베이터를 타려다가 헐레벌떡 다시 편의점으로 가서 담배 한 갑 사 온다.
저녁을 대충 챙겨 먹고 바닥에 누워 유튜브 좀 대충 보다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다 목이 말라 깼다.
담배가 땡기니 한대 필 겸 커튼을 펼쳐서 창문을 열어본다.
밤공기가 얼굴에 확 닿는 느낌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옥탑방 위에서 담배를 피우며 쳐다보는 도시의 야경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 도시의 야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놈의 담배는 끊을 수는 있는 걸까?
한참을 넋 놓고 쳐다보다 '빌어먹을 세상' 한마디 뱉고는 창문을 닫고는 다시 바닥에 누웠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으려나?
꿈깨라!
그랬으면 지금 이러고 있겠어??
잠이 안 온다.
큰일이네. 내일은 회사에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그렇게 몸을 뒤척이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 무렵 스르륵 잠이 들었다.
도시의 야경은 그 청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휘황찬란하게 흐르고 있다.
고독한 청춘들에게 바침...
실제로 느꼈던 감정이다.
Jimmy Scott의 독특한 음색을 좋아하는데 1994년 음반 <Dream>은 좀 독특한 면이 있다.
들어보면 피아노가 상당히 멀리서 연주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느릿하지만 뚜렷하게 들리는 베이스 라인과는 다르게 말이다.
근데 이것이 마치 도시의 야경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느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