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상상 #22
몇 년째 만난 애인과 데이트는 이제 마치 오랜 습관처럼 감흥이 없다.
커피를 마시든 식사를 하든 서로 핸드폰을 보느라 바쁜 흔한 사이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우리 내일 영화 보러 갈까?"
"내일은 선약이 있어."
연인사이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상당히 건조한 대화가 오고 간다.
선약이 있다고 하는데 누구랑 약속인지 이제는 서로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냥 누구 만나나 보다 하고 넘어간다.
그저 이렇게라도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저녁을 먹고 헤어진다.
언제까지 이런 관계가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갖는다.
어이쿠 담배가 떨어졌네?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꼭 담배를 사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고민이 많았던 것일까?
그렇게 집으로 향한다.
집에 잘 도착했는지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몇 번을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카톡에 메시지를 남기고 싶지만 그의 마음은 텍스트보다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을 뿐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고요함을 깨고 메시지가 하나 왔는데 내용은 굉장히 간결하고 강렬했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다시 전화를 건다.
그녀가 받았다.
"마지막으로 그냥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잘 지내...."
"그래..."
뚜뚜뚜뚜....
지난 몇 년간의 관계가 이렇게 허무하고 건조하게 끝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담배가 땡기지만 그제야 자신이 집으로 올 때 담배를 사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츄리닝을 입고 쓰레빠를 끌며 담배를 사러 편의점을 간다.
갑자기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이 상황에서 배가 고프다고???
편의점에서 먹을거리와 담배를 사고 집으로 다시 온다.
헤어졌는데 신기하게도 어떤 느낌도 들지 않는다.
문득 나에게 사랑도 사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후회되는 것은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그녀에게 차마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령 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졌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겠지?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구먼.
그러면 아직 헤어진 게 아닌 게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내일은 여전히 온다는 게 참 얄밉구먼...
여전히 고독한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