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국 보내지 못한 편지
2008년 지금도 기억하는 그 시간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봄이 오는 시기에 항상 떠오르는 노래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메인 테마곡이다.
싸이월드가 등장하고 당시 페이퍼라는 서비스가 있던 그 시절 그 페이퍼에서 재즈 뮤지션들의 음반들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을 때 알게 된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시던 어떤 여성분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 내 글에 댓글을 다시던 사진작가분과 그 여성분과 친해지면서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ICQ라는 메신저를 통해서 그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시기였다.
내가 제일 어려서 형, 누나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는데 예술 관련 공부하시던 그분이 2008년도 여름즈음해서 한국에 잠시 전시 관련 일로 오셨다.
사진작가분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고 그 사진작가분이 맛집이나 명소들을 잘 알고 계셔서 며칠 정도 작가 형님분 따라 여기저기 다니던 좋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리곤 그분은 나와 작가분의 주소를 여쭤보셨다.
한 해가 지나고 봄이 오는 시기에 손글씨로 안부와 한국에 왔을 때 고마웠다는 내용이 적힌 손수 제작한 엽서가 도착했다.
이후 그분은 메신저에 접속하지 않았다.
같은 정서를 공유하던 그 공간이 사라짐과 동시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다시 공부하러 간다는 소식만을 남겨두고 그분은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엽서로 보낸 게 아닌가 싶었다.
군대에서 초등학생들 편지를 받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만든 엽서를 받은 것은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실제로 그 엽서는 직접 그린 엽서였다.
하지만 나는 그 엽서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엽서가 도착했을 때는 빗물에 젖어서 주소 부분을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비가 왔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엽서가 젖었던 것이다.
직접 쓴 글씨도 빗물에 흘러내려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마치 방금 그린 것 같은 수채화처럼 어느 파리의 거리를 그린 엽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 언젠가는 보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분이 유독 좋아하셨던 뮤지션들의 음반 표지들을 오랜 시간 낑낑대며 작업해서 엽서로 만들었다.
그분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한국에 오셨을 때 이 곡이 수록된 음반을 선물로 드렸던 기억이 난다.
2004년 배낭여행 당시 인상 깊게 봤던 프랑스 파리에 있는 Je t'aime Wall, 쥬뗌므 벽을 나름대로 오마주해서 만들었던 그 엽서에 이쁘지 않은 글씨로 편지를 썼었다.
별 볼일 없던 저의 작은 공간에서 제가 올렸던 음악에 공감해 주신 점.
감사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하고자 하시는 일이 잘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9년 봄이 오는 어느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