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간다는 것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길은 우리에게 가끔 냉혹할 때가 있다.
어떨 때는 결코 편하게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가게 만들 때도 있다.
길고도 구불구불한 길을 가게 만들 때도 있다.
하지만 길은 가끔 우리가 쉬도록 편안하게 가게도 만든다.
그 잠깐의 쉼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어쩌면 길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달려만 오고 있는 우리에게 가끔은 쉴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쉼이 잠깐임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가끔 내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고 주위를 살펴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우리 삶은 출/퇴근길에 몸을 싣는 버스나 2호선 전철처럼 결코 뒤로 가지 않는다.
뫼비우스 띠나 챗바퀴처럼 돌고 돈다.
어쩌면 잠시 쉬는 기쁨을 모르고 행복해하는 법을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만큼.
각박한 세상이다. 그리고 외로운 세상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그들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드러난다.
그리고 나는 그런 모습들을 애써 외면하며 다시 그들의 무리에 합류하기 위해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내 든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이런 나의 모습이 내가 느꼈던 생각의 일부분이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Beatles의 곡이지만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연주했던 'The Long And Winding Road'.
출근길에 느꼈던 풍경이 이 곡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중 폴란드 기타리스트인 Marek Napiórkowski 의 연주는 나에게 잠깐의 쉼을 준다.
커피라도 한잔 할까?
나에게 잠깐의 쉼을 주러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