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원의 행복
아파트 단지 내의 삼거리에서 친구들끼리 자전거를 타고 모였다.
"Y는 오른쪽, L은 왼쪽, 나는 위로 갈게. 30분 후에 모이자"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면서 병을 줍기 시작했다.
맥주병은 30원, 소주병은 20원, 델몬트 병을 발견하면 그날은 정말 행복했다. 무려 100원!
빠른 속도로 동네를 휘젓는다. 소주병과 맥주병을 몇 개 줍으니 벌써 100원이 넘게 보였다.
시간이 벌써 30분이 지났다.
숨 가쁘게 다시 아파트 단지 내의 삼거리에 모였다.
"우왕! L이 오늘 델몬트 병을 줍었어."
환호를 지른다.
동네 슈퍼를 향해 우리는 휘파람을 불며 달려간다.
우리 3명의 손에 쥐어진 돈은 630원.
30원으로 10원짜리 땅콩 캬라멜을 하나씩 사 먹었다.
"냠냠냠냠"
캬라멜을 먹는 소리가 즐겁다.
우리는 그렇게 600원을 삼등분해서 200원을 손에 꼬옥 쥐고 떡볶이집을 향해서 갔다.
"아줌머니! 떡볶이 100원어치랑 달걀에 꼬마김밥 주세요!"
"아줌머니! 저는 떡볶이 50원어치에 달걀에 꼬마김밥에 만두 주세요!"
"아줌머니! 저는 떢뽁이 100원어치에 꼬마김밥에 만두 주세요!"
일제히 주문을 하느라 정신없다.
"아구구! 애들아 한 명씩 주문해라. 떡 하나씩 더 줄 테니! 옛다 너는 많이 먹으니 떡 두개 더 줄게"
"우와! 감사합니다"
같은 200원이지만 먹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어떻게 먹든 무슨 상관인가?
그 순간은 너무나 행복했다.
그날은 2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즐겁게 누리고 있었다.
저 때를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진다.
그 시간을 함께 지낸 나의 초등학교 친구들이랑 동네에서 술 한잔 기울이면 꼭 이 얘기를 하곤 했다.
George Gershwin의 원곡으로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의 버전을 감상해왔지만 Chucho Valdés 의 'Rhapsody In Blue'를 듣다 보면 이상하게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즐거운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음악.
현재 내 손에 쥐어진 돈은 그 '200원'보다 많지만 그때처럼 행복하지 못한 거 같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할 줄 아는 방법을 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