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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Jan 04. 2016

Il Mare Si è Fermato

그 크기만큼의 사이

도착한 바다는 고요했다.

그녀는 아무 말이 없이 걷기만 했다.


위로의 말은 의미가 없었다. 

그저 그렇게 같이 걸어주고 옆에 있는 건만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라 생각했다.


"햇빛이 따뜻하다."


버스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처음 그녀가 말을 했다.


어쩌면 그 말은 저 멀리 동생이 간 곳이 지금처럼 따뜻하길 바랜 기도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녀가 웃는다.


오랜만에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를 보았다.

아무 말이 없어도 기분이 좋았다.


그날의 일정은 정말 단순했다. 

예전에 부모님이 데려가셨던 맛난 물회 집에서 점심을 먹고 그저 바닷가 근처 벤치에 앉아서 바다를 보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다 저녁 질 무렵에 서울로 다시 왔다.


합정역까지 그녀를 다래다 주었다. 헤어질 때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오늘. 그리고 미안해. 나 때문에 고생이다."


난 그저 웃음으로 대답을 했다.


Stefano Bollani - Il Mare Si è Fermato


바다가 그녀에게 무슨 얘기를 들려주었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이제는 지나가 버린 추억의 이야기가 돼버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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