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다시 기다리며

2022. 대선이 끝나고 난 후...

by 퍼니제주 김철휘
제 발이 잘못됐는데도 구두 탓만 하니. 그게 바로 인간이라고...
- 블라디미르 -



우리는 언제부터 '모 아니면 도'가 되었나?


한 번 뱀에 물렸던 사람은 뱀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를 친다. 뱀이 언제 어디서 왔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미 뱀에 물렸고 그 자체가 후회스러운 것이다. 후회는 강한 거부감을 만들고 뱀에 물릴 상황이 아님에도 효용이 작은 쪽을 선택하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격'이다.



대안은 하나일 뿐일까?


먹고살기 바쁜 사람은 '인지적 구두쇠'가 되기 쉽다. 복잡한 것이 싫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정신이 없으니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고민할 시간이 없다. 결국 우리의 뇌는 문제를 단순화시킨다. '대안은 하나'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후보의 자질도 그가 내놓은 정책도 맘에 들지 않지만 A당의 대안, B당 후보인 그를 찍는다.


사실 세상사 대안은 하나가 아니다. 우리의 선택은 'A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A를 할 것인가, B를 할 것인가, C를 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 하지 않을 것인가'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우리는 이 사실을 항상 잊어버린다.



뉴스와 유튜브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이번 대선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뉴스는 무가치한 것이다. 뉴스는 환상일 뿐이다. 한국의 거대 언론은 사실과 공정으로부터 '탈출'했다. 나치의 유명한 선동가 '괴멜스'보다 더 '선전과 선동'을 장난감처럼 편하게 다룬다.


진위가 확실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저잣거리에 회자되도록 반복해서 노출한다. 사람들은 반복된 정보를 진실처럼 여기고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퍼 나른다. 유튜브, 네이버 밴드 같은 소셜미디어가 성장함에 따라 비슷한 의견이 재생산, 확대된다. 의심이 가는 이야기도 계속 듣게 되면 신뢰를 얻어 진실이 된다.


정보의 출처는 빨리 잊어버리지만, 메시지 자체는 오래 기억된다. 신빙성이 낮은 이야기도 자극적이면 일단 지르고 본다. 출처를 통해 악의적인 의도가 확인됐으매도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는다. 거짓도 진실이 되고 없던 사실이 당사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다.


다수의 정치 유튜버뿐 아니라 공정을 지향한다는 거대 언론사들도 '선택적 주의 능력'이 탁월하다. 마음이 가는 정보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목소리는 들어보지도 않고 무시한다. 이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대중은 당연히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선거도 역시나 '나와 너의 대결'이 되었다.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강력할수록, 외부 집단은 적이 된다. 결국 국론은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A 후보에 대하여...


정말 비호감이었던 사람도 자주 보면 정든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싫어하거나 무관심했지만 대상에 대한 노출이 거듭될수록 호감도가 증가한다는 '에펠탑 효과'는 그래서 폐기되어야 할 것 같다.


웬만하면 효과 만점이라는 '반복 효과'도 소용이 없게 한 그 만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몇 주전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직장 상사로 그 사람을 모실 수 있겠어?" 바로 고개를 저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두뇌가 1도의 회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동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척이나 강한 확신의 발로임에 틀림없다.



그 만의 불편함, 그것은?...


사실 나는 그를 개인적으로 만나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가 대선 기간 전후로 보여준 말과 행동을 통해 유추해보면 그가 대단히 권위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전문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일종의 '직업적 아우라' 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에게는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뭔가가 있다.


일단 그는 '영역 의존성'이 강해 보인다. 한 사람의 세계관은 그가 오랫동안 몸 담은 분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또한 직업을 통해 배웠거나 업무 중에 주로 사용했던 사고방식은 쉽게 버리기 힘들다. 특히 해당 분야에서 너무 승승장구하다 보면 다른 분야로 이를 응용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타인과 타인의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이전에 성공했던 방식을 다른 영역에 그대로 대입하게 되면 편향된 가치관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가 그동안 던졌던 모든 언행의 파문은 사실 그가 너무 전문가였기 때문에 발생한 불상사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는 아직 그가 몸 담았던 조직 정도를 이끌 만큼의 그릇이었던 거다.



전지전능한 OO조직의 대부


그를 결코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그의 '갓 콤플렉스'때문이다. 그가 대중을 향해 이야기할 때면 본인이 의식하든 못하든 스스로를 우월한 존재라고 여겨 자신의 판단은 다른 사람의 판단보다 항상 옳다고 믿는 듯 보인다.


대통령은 통치하고 지배하는 자리가 아니다. 맨 앞에서 국민을 리드하고 어려움을 먼저 겪어야 하는 자리다. 낮은 자의 발을 씻어주지는 못해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될 말이다. 겸손한 모습, 섬기는 모습이 기본인데 그에게서는 이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가족의 문제, 이전에 연루된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에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역시나 그에 대한 비호감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나를 반성


이번 선거를 통해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느낄 것이라고 과신했던 것을...

진실을 향해 눈을 밝히고 여러 사람과 함께 하지 않았음을...

나태하게 '잘 되겠지' 하며 뒷짐 지고 방관했던 것을...

현재의 편안한 삶 때문에 더 나은 미래가 거저 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을...


끝으로

무한 긍정보다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5년 후 다시 찾아올 새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음을...

미래의 나와 약속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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