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운영자라면 꼭 알아야 할 20가지 심리법칙 09. 매몰비용의 오류
“화투판에서 사람 바보로 만드는 게 뭔지 아세요? 바로 희망이에요"
- 영화 '타짜'
몇 주 전 뮤지컬 티켓을 13만 원에 샀다. 공연 당일, 감기몸살에 밖에는 비가 내린다. 비 때문에 차는 막힐 것이고 공연장에 가면 몸상태가 더 나빠질 게 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지 않는 데 좋은 선택이지만 그럼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공연장에 간다.
평소에는 소식(小食)하던 사람들도 뷔페에 가면 기본 3 접시는 먹는다. 뷔페 이용료가 5만 원이라면, 한 접시만 먹고 나왔을 때 접시당 단가는 5만 원이 된다. 아깝다. 최대한 많은 음식을 맛봐야 한다는 생각에 가능한 한 많이 먹는다. 소화제를 먹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길을 걷다가 보면 구두 뒷굽 위로 빨갛게 피멍이 든 여성들을 발견한다. 피가 날 정도로 고통스러울 텐데도 벗지 못하고 버리지 못한다. 가진 돈을 탈탈 털린 후에야 도박장을 나오게 되고, 태풍이 몰려온다는데 항공료와 호텔 환불 수수료가 아까워 무리하게 여행을 간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도 손절하지 못하고, 아무런 감흥이 없으매도 오래된 연인을 계속 만나는 것은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돈과 노력이 아까워서일 것이다.
이처럼 과거에 투자되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매몰비용(sunk cost)이라 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손실을 무릅쓰는 현상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매몰 비용은 이미 발생하여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때문에 앞서 뮤지컬 티켓에 지출한 13만 원은 향후 어떤 선택을 하던지 돌려받지 못할 돈이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더 큰 효용과 만족을 줄 선택, 말하자면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쉬는 것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고 고통이 수반되는 뮤지컬 관람이라는 악수(惡手)를 두게 된다.
매몰비용의 오류와 관련해 미국의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달러 교수가 진행한 실험이 있다. 그는 ‘뷔페식당에 돈을 내고 들어간 사람과 무료 식사권을 가지고 들어간 사람 중에 누가 더 많이 먹을지?’ 조사했다. 역시나 돈을 내고 들어간 사람들이 더 많은 접시를 비웠다. 평소라면 한 접시 정도 먹을 사람이 두 세 접시를 먹고, 게 중에는 배탈이 나서야 포크를 멈추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본 탈러 교수는 인간에겐 어떤 행동을 적자로 마감하지 않으려는 '마음속 회계장부(Menntal accountiing)'가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14,000원에 영화표를 샀으면 마음속 회계장부에는 '마이너스 14,000원 '이 기록된다. 영화를 끝까지 다 봤으면 '총 합계란'에 '0원'이 찍혔겠지만, 급한 일 때문에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마음속 회계장부에는 '14,000원'이 그대로 적자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매몰 비용 오류는 우리가 종종 지극히 감정에 따른 선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하고 새로운 의견을 따르게 되면 우리는 죄책감과 후회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선택하고 실행할 때는 처음 예상하고 계획했던 대로 스토리가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비와 감기몸살에도 공연장에 가기로 결정했을 때는 비록 몸져눕게 될지라도 13만 원이라는 큰돈을 낭비하지 않고 비싼 공연을 관람했다는 성공 스토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만약 관람하러 가지 않았다면 편안한 휴식이라는 큰 만족을 느꼈겠지만 13만 원을 허투루 낭비했다는 비난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선택을 번복하는 행위는 과거의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초기의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어도 그대로 밀고 나간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불일치가 일어난다. 이미 벌어진 행동과 상황은 바꿀 수 없는 것이니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 뒤꿈치에서 피가 나는데도 구두를 포기하지 못하는 여성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직 내 발에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인 거지 나쁜 구두는 아니야'라고.
신용도가 낮더라도 물건을 선구매하고 후 결제하는 ‘후불 결제 서비스 BNPL(Buy now play later)’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와 같은 빅 테크 회사를 비롯한 대형 카드사, *P2P 대출업체들까지 젊은 사람들의 최근 수요에 맞춘 후불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P2P 대출'이란 온라인상에서 여러 사람의 자금을 모은 뒤 중금리 수준에서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산 투자하는 방식을 의미
고가 제품을 체크카드로는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사람, 신용카드의 까다로운 신용 조회 절차가 짜증이 나는 사람, 할부 이자나 수수료 없이 일정 기간에 걸쳐 물건 값을 나눠 내고 싶은 사람 등 신용이 부족하고 소득은 적지만 소비 욕구는 큰 사람들이 후불 결제 서비스의 주요 타깃이다.
후불 결제 서비스는 구글과 아마존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인기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로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2021년 소비자의 71%가 ‘BNPL’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수많은 기업들이 신용카드 등 다른 결제 수단 대신 '후불 결제 서비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른바 '락인 효과(Lock in, 자물쇠 효과)' 때문이다. 후불 결제에 익숙해진 사람은 그 편리함과 혜택 때문에 이전에 사용하던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등의 결제 방법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후불제 서비스는 일단 번거로운 가입절차가 필요 없고, 물리적인 카드가 없어도 결제가 가능하다.
'락인 효과'란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이용이 다른 선택을 제한해 기존의 것을 계속 구매하도록 하는 현상. 소비자들의 선택을 하나로 가둔다는 의미에서 '자물쇠 효과'라고도 불림.
'네이버'와 같은 커머스 플랫폼은 보통 카드결제 건당 최대 2.3%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지불해야 한다. 만약 고객들이 후불 결제 서비스를 사용한다면 카드 수수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수수료 이익 중 상당 부분을 고객에게 포인트(예, 네이버는 실제로 1% 네이버 포인트 제공) 형태로 돌려줄 수 있게 된다.
결국 내손에 익어버린 편리한 서비스와 상품 구매로 누적된 포인트는 후불 결제 서비스를 벗어났을 때 소비자가 치러야 할 '매몰비용'이 되어 서비스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되는 것이다.
매몰비용의 오류는 이미 투자한 비용, 시간, 노력 때문에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마케팅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은 매몰비용의 오류를 활용해 고객들을 우리 쇼핑몰에 ‘락인’하는 5가지 방법이다.
1. 포인트 프로그램
포인트(또는 마일리지)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고객 유지 방법 중 하나다. 고객은 포인트가 쌓이면 쌓일수록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용 빈도가 늘어나게 된다. 앞서 말한 매몰 비용 오류와 함께 손실을 싫어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가 작용하게 된다. 즉, 한 번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 이익, 혜택에 대해 잃어버리는 것을 되도록 피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 매몰 비용 오류를 느낄 만큼 주어진 혜택이 이익으로 느껴져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경쟁이나 재미 요소가 들어가면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
2. 스탬프
쇼핑몰에 한 번 방문한 고객에게 자그마한 보상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준다면, 재방문하고 싶은 유혹이 더 커지게 된다. 전형적인 예는 고객이 10번째 커피를 무료로 받는 커피 스탬프다. 연구에 따르면 스탬프 카드에 미리 2개 정도의 도장을 찍어서 전달하면 고객은 최종적으로 10개의 도장을 완료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스탬프를 만든 고객에게 미리 2-3개 정도의 도장을 미리 찍어주거나 초기 달성 목표를 낮게(5개 정도 도장 모으면 10% 쿠폰 제공 등...) 설정해주면 고객이 당신의 쇼핑몰을 다시 찾을 것이다.
3. 추가 혜택을 통한 상향 판매(Upselling)
업셀링은 고객이 고려하던 상품보다 우수하고 비싼 제품을 추가로 제안하는 전략이다. 사실 이미 결제하려고 마음먹은 고객들은 그동안의 노력(탐색, 비교, 결제 과정 등...)이 상당 부분 투입되었기 때문에 추가 기능이나 혜택으로 손해 보는 것보다는 우수한 제품을 얻기 위해 약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큰 경우가 많다.
4. 후불 결제 시스템의 활용
고객이 신용카드나 간편 결제를 이용하게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지만 잔액을 충전해 결제하도록 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단 내 계정에 사이버머니가 충전되어 있다면 지갑에 현금이 가득 차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현금이 두둑한 고객은 결제에 조금 더 너그러워지기 마련이다. 특히 충전 시 추가 커피 쿠폰이나 추가 충전금과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면 고객들은 후불 결제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5. 결제 페이지 이탈 시 팝업
원하는 상품이 없거나 가격이 비싸면 사람들은 보고 있던 페이지를 이탈하거나 쇼핑몰을 나간다. 헤어지는 연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듯, 떠나는 고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 + 호소력 넘치는 카피 + 할인쿠폰이 결합된 팝업을 띄워야 한다.
고감도 셀렉트숍 29cm는 '이탈 고객 팝업'을 통해 '시선'을 카피에 집중시키고 떠나는 고객을 붙잡고 있다. 이때, 미처 몰랐던 할인 혜택을 발견한다면 고객은 쇼핑몰을 떠나지 않고 상품 검색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쓸 것이다.
매몰비용의 오류
“과거에 지급되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인 매몰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손실을 무릅쓰는 현상”
#구매심리학 #소비심리학 #쇼핑의심리학 #온라인마케팅 #행동경제학 #매몰비용 #매몰비용의오류 #마음속의회계장부 #자기합리화 #일관성유지 #후불결제서비스 #BNPL #락인효과 #포인트프로그램 #스탬프 #상향판매 #Upsel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