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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Aug 30. 2019

제주, 브라질 그리고 깨진 유리창

깨진유리창의 법칙 (출처: pixabay)


심리학 이론 중에 잘 알려진 '깨진 유리창의 법칙' 이란 게 있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그대로 방치하면 얼마 안가 자동차 안의 부속품도 사라지고 자동차가 아주 고물이 된다. 이처럼 작은 범죄를 방치하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이 이론의 핵심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제주도는 자연의 축복이다. 한라산을 포함해 아름다운 오름이 수백 개나 된다. 해외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에메랄드 빛 바다는 어떤가. 돌담과 자연환경을 가로지르는 둘레길도 매력이다. 고립된 섬과 그 섬이 간직한 독특한 문화도 제주만의 자랑이다. 억세고 무뚝뚝한 듯 하지만 속정 깊은 제주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이 제주의 DNA다. 


흉물이 된 제주 예래단지 (출처:제주일보)


최근 들어 제주의 DNA가 손상을 받고 있다. 제주의 허파인 산림이 파괴되고 있다. 아름다운 해변이 난개발로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공항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제주의 동부 오름 지역을 관통한다. 


서울은 곳곳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다. 예술가들이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모여들어 새로운 도시 환경을 만들고 거리를 매력적으로 탈바꿈시키니 사람들이 붐빈다. 일반인들만 붐비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자본가들, 개발자들도 모여든다. Big 브랜드가 들어오고 대형 유통센터가 입주한다. 임대료는 치솟고 거리를 빛내던 예술가와 소상공인들은 또 다른 외진 곳을 찾아 헤맨다. 예술가들이 사라진 도시는 다시 퇴색된다. DNA를 잃어버린 마을은 매력을 잃고 찾아오는 사람도 점점 줄어든다. 사람들이 떠난 거리와 마을은 유령도시처럼 을씨년스러워진다. 


제주의 현 상황이 도시의 젠트리피케이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마을과 오름과 바다를 잇는 올레길을 만들어 문화를 개척한 사람들. 제주의 아름다움을 쓰고 그리고 사진으로 남겨 제주의 매력을 널리 알린 수많은 예술가들. 제주가 좋아 제주스럽게 살면서 아기자기한 마을을 만들었던 이름 없는 예술가들.... 그들 때문에 과거 수십 년간 제주는 풍성해지고 육지의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제주는 개발의 각축장이 되었다. 육지의 도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부동산 바람을 타고 중국인들도 제주 투자에 열을 올렸다. 땅을 파면 원유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개발이익이 쏟아졌다. 아름다운 제주는 조금씩 사라졌다. 10여 년 전 제주를 찾았을 때와 지금의 해안도로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돌담이 좋아 제주에 정착한 어떤 이는 돌담이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제주의 바다는 늘어난 오폐수로 '백화현상'이 진행되고 고기잡이 어획량도 줄어드는 모양이다. 길 좀 막힌다고 수 십 년 된 아름드리나무 숲을 파괴한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천연기념물들과 보호해야 할 동식물들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불도저가 숲을 밀어버린다. 


G7이 마련한 ‘아마존 보호기금’ 260억 원 거절 [뉴시스]


브라질의 아마존은 벌써 몇 주째 엄청난 산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한다. 개발론자인 현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 소나로'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산불진화와 아마존 보호를 촉구하며 엄청난 금액의 지원을 제안했지만 자이르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투다. 우리 산림이고 우리 밀림을 우리가 개발해서 경제발전 좀 하겠다는 데 왜 이렇게 잡소리를 하냐면 오히려 성을 낸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파괴하는 것과 제주의 허파 곶자왈, 비자림, 오름을 파괴하는 것이 뭐가 다를지... 순간 제주와 브라질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누군가 재미로 만든 법칙이지만 과거엔 나름 들어맞아 신빙성이 있다고 믿었던 법칙이 있다. 다름 아닌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한국과 미국 또는 전 세계적으로 또라이 리더들의 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이론(?)이었는데 작금에 와서는 완전히 틀린 이론이 되었다. 내 느낌이지만 세상은 온통 또라이들이 넘쳐나고 있는 듯하다. 미국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홍콩 시위를 대처하는 상황을 보거나 일인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모습을 보면 중국도 별반 다르지 않으며 러시아는 말해 무엇하며 영국을 비롯한 상당수의 유럽 국가.... 그리고 최근의 브라질까지... 셀 수도 없다.


아베의 정신적 지주, 요시다 쇼인


이렇듯 세계는 자국 이기주의자들과 개발론자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개인의 이익과 국가 이익만을 우선시했던 근대사회로 후퇴하고 있는 듯하다. 벤덤, 홉스, 밀의 사상이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군국주의 사상가 '요시다 쇼인'의 후예인 일본의 아베 수상의 최근 행보를 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전 지구적 차원의 이익,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는 관심 없는 지도자들이 지구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생태적 관점'과 '공공의 이익' 이란 관점에서의 합의와 타협은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대결, 한국과 일본의 대결과 같은 양상은 지구 곳곳에서 동시다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 연장선 상에 제주가 서 있다. 지구 전체를 되돌릴 순 없지만 제주만은 되돌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때문에 나는 이 순간 돌을 던지고 싶다. 적정 수준을 벗어나 제주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제주 토박이들과 이주민, 토박이들과 토박이들 사이를 갈라서게 만든 최초의 개발론자들에게 돌을 던지고 싶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 마냥으로 깨쳐진 지금의 제주를 만든 장본인들에게 돌을 들이대며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개발이었냐고? 


4대강 사업 찬동인사


불합리한 논리와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개발 사업의 뒤 편엔 언제나 공공기관과 결탁한 자본가, 기업가가 있다. 제주의 개발사업 이면에 실제 돈을 벌었던 그리고 벌게 될 사람들이 누구인지 추적해보면 이를 금방 알 수 있다. 결코 제주의 땅에 기대어 사는 제주 토박이들은 아닐 것이다. 부동산 투자로 이익을 보는 사람, 토목공사로 이권을 획득하는 건설업자, 공항 주변 타운 개발로 이익을 보는 개발사, 각종 관광개발로 혜택을 보는 관광업체들 그리고 도민의 숙원사업을 이뤄냈다며 개선장군 코스프레할 관료들이 그들이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어 독버섯처럼 퍼진다는 사실이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방치하면 안 된다. 깨진 유리창이 발견되면 바로 복구해야 한다. 공항 건설, 비자림 도로 확장과 같은 또 다른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손가락으로 막을 수 있었던 작은 구멍이 '이쯤이야' 하는 생각에 강둑을 무너뜨린 수많은 사례를 우리는 지금껏 보아왔다. 제주의 매력, 제주 만의 DNA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유리창을 깨려는 사람들의 손에서 돌을 내려놓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제주를 살리는 길이다. 


제주에 여행 온 지인들은 한결 같이 이야기한다. 제주가 예전만 못하다고... 

점점 매력을 잃어가는 제주. 더 이상 찾지 않는 제주가 되면 '신공항'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동물원, 테마파크, 리조트 대형 타운하우스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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