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처음 느껴보는 지진의 공포 feat. 슬기로운 재난대처 생활
서귀포 앞바다서 강도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제주시에 위치한 사무실서 퇴근을 기다리던 늦은 오후
강풍이라도 불어 닥친 줄 알았다. 한 번의 흔들림이 아니라 여러 차례 진동이 반복되자 어디선가 '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스마트폰들에서는 동시다발로 "삐~익, 삐~익" 재난 알림이 울린다. 순간 사무실 안 군상들의 표정들이 다양하다. 혹자는 부리나케 비상구를 향해 내달리고 혹자는 다른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며 '피식'한다. 어떤 이는 어수선한 사무실 분위기 속에서도 하던 업무를 본다. 다소 놀랬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연신 창문을 기웃거리며 나갈까 말까 갈등하는 사람도 보인다.
고객센터 직원들은
"대피해야 하는 거예요? 전화를 계속 받아야 하는 거예요?"
실망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지진이 일어나면 건물에 있는 사람들은 얼른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라고 배웠는데 누구도 그러는 사람이 없다. 경영지원실 그 누구도 대피요령을 포함한 지진 대응방법에 대해 가이드해 주는 이가 없다. 그야말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전에 없던 위기를 맞닥뜨려 보니 한국의 위기 대응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또 실감하게 된다. 나 또한 코로나를 겪으면서 무덤덤해진 것일까? 구경꾼처럼 이 모든 상황을 신기한 듯 지켜보기만 할 뿐 위기상황에 대처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10분 정도 흐르자 더 이상의 여진은 없었고 사람들은 다시 사무실 책상으로 하나 둘 복귀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퇴근시간을 향해 내달리는 시계를 주시하며 이곳저곳 걸려오는 전화며, 메시지에 답변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렇게 강한 인상을 남긴 제주도 지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황이 종료되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었고, 특별한 재산피해도 보고 되지 않았다. 뉴스 보도가 다소 호들갑스럽게 헤드라인으로 지진을 보도했지만 큰 이슈가 없어서인지 빠르게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별 탈 없었지만 씁쓸한 느낌이 든다. 안전 불감증을 재차 확인했다는 것과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리라. 이 참에 확인해 놓으면 좋을 것 같아 지진 시 자연재난 행동요령을 링크한다.
https://www.safekorea.go.kr/idsiSFK/neo/sfk/cs/contents/prevent/prevent09.html?menuSeq=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