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감동이 감각의 경험이라면, 그 다음은 사유의 경험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고 한다. 심리학 연구에서는 사람이 상대의 얼굴을 보고 호감이나 신뢰를 판단하는 데 0.1초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그 다음에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름다운 빛의 조형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빛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난다. 처음의 감동이 감각의 경험이라면, 그 다음은 사유의 경험이다. 작품은 점점 더 깊은 층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이번 전시는 ㈜앤아이씨(NIC) 공동주관 및 기획, 아산문화재단의 특별 초청으로 열린 “침묵 사이로 깃든 빛”이다. 전시는 온양민속박물관 내 아트센터에서 진행되며, 돌과 바람의 건축가로 불리는 이타미 준의 건축 공간 위에 폴씨 작가의 빛 작업이 더해지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이 전시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공간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이타미 준의 건축은 원래 자연과 침묵, 여백을 중요하게 다루는 건축으로 알려져 있다. 폴씨 작가는 그 건축의 특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 안에 빛을 더해 공간의 감각을 확장시킨다. 건축과 빛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더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관계로 작동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며, 자신이 다루는 것은 현상 즉,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간의 흐름, 공간의 상태, 빛이 머무는 순간과 같은 것들을 물성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라고 한다. 즉 보이지 않는 관계와 상태를 빛이라는 매개를 통해 물리적인 형태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단순히 ‘빛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끝나지 않는다. 작품 속에는 시간을 이해하는 감각, 빛을 이해하는 감각, 공간을 읽어내는 감각이 동시에 들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가 만나는 순간, 폴C 작가만의 고유한 색깔이 만들어진다.
온양이 익숙하지 않은 지역이라 서울에서는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길을 지나 도착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빛은, 그 어색한 여정을 충분히 보상해준다.
다시 생각해 보면, 예술을 만나는 순간도 사랑과 비슷한 것인지 모른다.
처음에는 한순간에 반하고,
그 다음에는 천천히 더 깊이 빠져든다.
폴씨 작가의 작품은 바로 그런 경험을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음을 사로잡고, 그 이후에는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