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화 이 구역 미친년을 위한 칵테일 (1)
1386년 오늘(10월 18일)은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이 된 독일 최초의 대학 #하이델베르크 대학교가 설립된 날!
이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그만 웹소설 한 편 쓰느라
나중에 황태자 첫 사랑 이야기를 올리기로 하고,,, 소설 1화 대신 올립니다.
잘써서라기 보다, 걸르기 싫어서.. ㅠㅠ
“불을 질러! 응, 진심이야! 불을 내라고! 내가 왜 미쳐? 안 미쳤고, 농담도 아니야! 네 배를 불 싸지르라고! 니 기름진 뱃살에 불을 붙이란 말이 아니고! 니 선박! 네 컨테이너 화물선에 불내라니까! 시키는 대로 해! 제발 살려달라고 네가 전화했지? 내 말 들어! 그 방법뿐이야!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배에 불을 내란 말이야! 누가 화물을 태우래? 배에 불붙이라니까! 이 새끼야. 네가 선장이니까 니 배 니가 태워야지!”
전화기 너머 그 사람을 향해 자기 할 말만 소리쳐 말하고, 사장 아저씨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잽싸게 싱크대로 가서 다시 라임과 레몬을 씻기 시작했다.
“자, 밀가루나 베이킹파우더를 바른 라임과 레몬을 흐르는 물에 씻는 거야! 이렇게 빡빡 씻어야 껍질에 묻은 농약이 다 나가떨어지고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거지! 알겠지?”
불을 지르라고 괴성을 지르던 아저씨가 전화를 끊자마자, 이렇게 상냥해질 수 있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한 번씩 날 쳐다보면서 라임과 레몬 씻는 데 진심으로 집중했다.
분명 이 사장 아저씨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이중인격자, 아니면 다중 성격이 분명했다.
최소한 미친놈이 틀림없다.
그때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아까 그 사람이 카타르 도하 항구에서 다시 전화한 것이다.
사장 아저씨는 다시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아직, 불 안 질렀어? 너 카타르 도하항에 하루 늦었는데, 화물 하역은 일주일 밀렸다고 그랬지? 오늘까지 하역을 하지 않으면 계약 파기로 손해배상 해야 하는데, 멸문지화 수준이라고 그랬지? 그렇게 안 되려면 어서 배에 불을 질러, 이 멍충아!”
“......”
“불 작게! 연기 많이!”
최소한 미친놈인 사장 아저씨는 전화기 너머의 그 아저씨에게 정색하며 말했다. 아니, 명령했다.
“불이 나면, 카타르 항만청이 널 구해줄 거야! 병신아~ 긴급 재난 선박은 컨테이너를 먼저 하역한다는 항만 규정이 세상 모든 나라에 다 있거든! 꽉 빌리브 미! 그러니, 불 질러 배에! 기술적으로 불을 잘 내란 말이야! 바보 말미잘아! 성공하면, 화물도 안전하게 먼저 내리고, 운 좋으면 화재 보상도 받을걸? 그러니 불 잘 내시고, 오늘 밤 잘 때 불장난했다고 오줌싸지 마시고! 더 이상 전화하지 마세요! 씨불놈아!”
그렇게 소리치며 전화를 끊고, 이번에는 아예 전화기를 꺼버렸다.
그리고 태연하게 아저씨는 라임과 레몬을 다시 씻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날 쳐다보면서 씨익~ 하고 웃었다.
‘아, 졸라 징그럽다. 심하게 능글맞다.’
40을 바라보는 사장 아저씨의 미소는 낯설고 절대로 그 얼굴에 어울리지 않았다.
바로 이 사장 아저씨가 자칭, 타칭 ‘생각의 달인’이라고 불린다고 주장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꼼수의 달인’이었다.
자정에 문을 열어 아침 7시까지, 배고픈 이들이 원하는 음식을 웬만큼 만들어주는 그 유명한 심야식당과 달리, 간헐적으로 연락해 오는 손님에게만 방문 시간을 정해주고, 우리가 정한 술과 안주만 제한적이고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간판 없는 술집이 우리 가게다. 부산역 건너편 차이나타운 인근의 한 건물 지하에 있는 우리 가게 입구에는 간판이나 표식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가게 알바 면접 보러 오는 날, 결과적으로 아르바이트 면접일이 된 그날도 나는 한참을 헤매고 가게를 찾았다.
“날 그려볼래?”
내가 웹툰 작가 지망생이란 것을 알고, 사장 아저씨는 자신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날 내 느낌 그대로 사장 아저씨를 그렸다.
“굿잡(Good Job)!”
사장 아저씨는 마음에 들어 했고, 그 그림을 정리해서 간판처럼 가게 앞에 붙여두었다.
검은 선글라스를 쓴 돼지. 대충 간판이 생긴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사장 아저씨와 나!
오늘은 예약 손님이 있다! 내가 취업한 지 6일 만에 오는 첫 손님이었다.
‘이런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술도, 안주도 사장 아저씨 마음대로인 지맘카세!
그런데도 불만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손님들은 돈을 낸다는 사장 아저씨의 위풍당당한 주장!
“칵테일 배우셨어요?”
사장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니, 오늘 오는 손님이 바텐더야~”
아저씨가 신이 나서 내게 말했지만,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최고의 칵테일과 최고의 안주를 손님에게 서비스해야 정상인데,
심지어 손님이 와서 칵테일을 준비해 준다고? 주인장도 정상이 아닌데, 손님도 이상한 건가?
영화 ‘타짜’의 정마담과 화란을 아세요?
화려하고 세 보이는 섹시한 성숙미의 정마담,
뭔가 유약하고 가련해 보이지만 예쁨이 묻어나는 화란!
영화 ‘타짜’에서는 주인공 고니, 한 남자를 두고 라이벌 관계였던 두 여인!
그 두 사람과 정말 똑같이 생긴 두 여자가 오늘은 다정한 자매처럼 바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자매 같은 두 여인 맞은편에는 ‘날아라 슈퍼보드’의 저팔계가,
그러니까 우리 사장 아저씨가 서 있었다.
(사장 아저씨와 나는 가끔 두 아줌마 이야기를 하는데, 정 마담과 화란으로 칭한다.)
“이 동생 좀 살려줘! 선생!”
“내가?”
“응 선생이 얘 좀 살려주라.”
“같이 살아줘?”
“선생! 농담도 말고, 넘보지도 마! 돌싱 2년 차야. 남자한테는 질렸다고!
장난치지 말고~ 이 예쁜이 혼자 잘 살게 해줘 봐 봐~”
사장 아저씨는 화란 아줌마의 얼굴은 뚫어져라 보면서, 몸매는 힐긋 힐긋거리며 말했다.
“정마담, 가게에서 에이스로 잘 나갈 것 같은데?”
타짜의 정마담은 도박장을 운영했지만,
가게에 온 정마담 아줌마는 단란주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때 사장 아저씨가 회사 법카를 휘두르며 정마담 단란주점을 매일 같이 드나들었다고 했다.
“글취, 선생이 봐도 에이스지? 그런데 그 좋은 걸 하지 않으시겠다네~
요새 이런 마스크 화류계에서 구하기 쉽지 않거든, 수수한데 섹시하고, 고상한데 농염하면서
게다가 기품 있는 예쁨. 우리 가게에 딱 맞는데, 그리고 열심히 일하다 보면 남자가 붙고,
그중에 내가 빵빵한 스폰서 한 명 붙여주면, 한 방에 인생 역전인데, 그게 싫으시다네,”
“......”
우리 사장 아저씨를 손님들은 ‘선생’, 또는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사장 아저씨와 정마담이 말을 주고받을 때, 화란 아줌마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뭐 하시려고?”
사장 아저씨는 침묵 중인 화란 아줌마를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 화란이 직접 설명해 볼까?”
정마담 아줌마도 화란 아줌마가 직접 대답하기를 재촉했다.
그러자, 머뭇거리던 화란 아줌마가 조곤조곤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설명을 들으며 내가 이해한 화란 아줌마의 일도
그렇게 떳떳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사기고 범죄였다.
화란 아줌마가 하려는 일은 매일 병원에서 시작한다.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병원 식당 영양사? NO!
일단 교통사고 입원 환자가 많은 중형 병원 옥상으로 출근한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옥상에는 환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담배를 피우거나 할 일이 없어서 옥상을 찾는 것이다.
그때 그 사람들을 상대로 아줌마의 영업이 시작되어야 했다.
“어디 다치셨어요?”
“몹시 아프시죠?”
“보상은 얼마나 예상하세요?”
“생각보다 너무 적으시다!”
“진단을 잘못 받으셨나? 좋은 병원이나 의사 소개해 드려요?”
“제대로 하는 손해사정사 만나면 금액 단위가 다를 텐데”
이 정도 미끼를 던지고, 교통사고 환자의 반응을 살펴본다.
그가 자기가 받아야 할 보상금에 대한 기대를 보이면, 그녀의 영업은 일단 성공~
“예상보다 많이 받아내면 그건 반띵~ 오케이?”
이렇게 환자가 현혹되면, 그때부터는 노무사, 손해사정사?
그리고 때로는 의사까지 공조가 시작되는 것이다!
보험회사를 상대로 오션스 일레븐이 작동하는 것이었다.
“아니, 근데 이 고상한 아가씨가 어쩌다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사장 아저씨가 신기한 듯 물었다. 화란 아줌마는 한 가정의 아내로, 엄마로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아갈
여자, 여자하는 천생 여자였다. 이런 세상의 어두운 꼼수와는 거리가 먼!
“작년에, 얘가 교통사고를 당했거든, 보험회사에서 3백만 원 얘길 했는데,
병원에서 어떤 노무사의 꼬봉을 만나더니, 3천만 원이 생기는 기적이 일어났네?”
즉, 노무사 꼬봉과 의사와의 공조가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약속대로 그 보험 뻥튀기 집단과 5대5로 반띵을 했는데,
이 고상한 년이 돈맛을 본거지! 그래서 그 꼬봉을 통해서 그 일을 시작했는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어!”
사장 아저씨도, 나도 궁금해졌다!
“얘가 어려서부터 예뻤거든, 너무 예뻤어! 예쁜게 문제야!”
사장 아저씨와 나는 더 궁금해졌다. 예쁘면 환자들이 친절하게 나오지 않을까?
외모가 다인 세상에서 절대적인 영업의 장점이 아닌가? 정마담은 말을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누구한테 아쉬운 소릴 못해본 거야! 즉, 환자 영업이 안 되는 거지!”
너무 예뻤던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화란 아줌마는 살면서 아쉬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예뻤기 때문에, 남자들은 늘 그녀가 곤란해하는 것은 없는지 먼저 살폈고,
그녀가 잠시라도 무표정하면 모두 ‘힘드냐? 필요한 건 없냐?’라고 선제적으로 물었다.
“우리 이쁜이가 늘 ‘갑’으로 살아왔거든, ‘을’의 경험이 없어! 그러니 ‘영업’이 힘든 거지!”
“......”
“이렇게 말이 없으시다. 어때? 해결책이 있겠어? 이 ‘야사시쿠한 아낙네’를 프로페셔널한 ‘사기캐’로 만들 수 있지? 선생! 솔루션을 내놔! 어서!”
정마담의 설명을 듣고, 사장 아저씨는 빤히 화란 아줌마를 다시 쳐다보고 있었다.
화란 아줌마가 무안했는지, 머뭇거리다 한마디 내뱉었다.
“나쁜 짓은 아니라고 봐요. 환자 권리를 찾는 거고, 에, 말하자면 보상금의 정상화?”
화란 아줌마의 설명? 변명? 자기 합리화를 들으며 사장 아저씨와 나는 다소 황당했다.
그때 갑자기 화란 아줌마가 일어서더니, 90도로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다.
“선생님,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꼭 좀 절 도와주세요! 언니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꼬라지는 노숙자고, 지저분한 술집 운영하지만
대기업 전략기획실에도 계셨고, 방송 대상도 받으셨고, 그 어렵다는 대학도,,,
명성이 자자한 천재시라고,,,”
이어지는 화란 아줌마의 이야기에 정마담 아줌마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무튼, 선생! 이왕 시작하겠다고 하니,
생전 돈 못 벌어본 애, 영업의 여왕으로 만들어봐봐.
켠김에 왕이라고, 그 일에서 1등 해야 할 거 아냐~ 안 그래?
당신 그 큰 대가리 일부만 활용해서 뾰족한 수 하나만 내봐!
우리 이쁜이가 금방 할 수 있는 것으로~
봐서 알겠지만, 생각이 짧아! 복잡하면 못 해!
얘 운전면허 필기고사도 3번 떨어진 애야. 무슨 말인지 알지?
이 년을 그 바닥의 미친년으로 만들어줘!”
사장 아저씨가 빤히 정마담을 쳐다보았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한 잔 말아줄게! 이 구역 미친년이 말아주는 마티니”
정마담 아줌마는 사장 아저씨가 준비한 식재료들을 살폈다.
그리고 섹시한 정마담 아줌마는 마티니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