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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부장 Oct 22. 2024

1019 오늘의요리,술,영화 (꼼수의 달인 2화)

제 2 화 이 구역 미친년을 위한 칵테일 (2)

걸리버여행기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사망한 날을 맞아 (1745년 10월 19일)

걸리버여행기 속 종달새 요리를 설명하려다,,, 웹소설을 쓰는 바람에,,,2화를,,




004 드라이 마티니를 위한 오펜하이머의 아이디어     


마티니를 ‘칵테일의 왕’이라고들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다른 나라에 가서 ‘칵테일의 왕’을 주문하면, 

어떤 칵테일을 말하는 것인지 이해 못 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마티니를 ‘칵테일의 왕’이라고 할까? 

아마, 우리나라에서 마티니의 이런 유명세는 ‘영화 007 시리즈’ 때문일 것이다.   

  

“보드카 마티니, 흔들어서! 젓지 말고! (Vodka martini, shaken, not stirred)”     


제임스 본드가 이 술을 너무 사랑해서, 한 번도 빠짐없이 007시리즈 영화에 

동반 출연(?)한 칵테일 마티니! 

(25편 시리즈에 등장한 모든 제임스 본드가 반드시 마티니를 똑같은 방식으로 주문한다.)

그는 진(Gin)이 아닌 보드카(Vodka)를 베이스로 원했고, 휘젓지 말고 흔들라고 우겼다.


그러나, 바텐더 교과서에 등재된 오리지날 마티니(Martini)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진(Gin)에 베르무트(Vermouth)를 6:1로 휘저어 섞은 술’이다.

베르무트가 많이 들어가면 스위트 마티니(sweet martini), 

적게 들어가면 드라이 마티니(dry martini)가 된다.     

마티니를 사랑한 셀럽들이 엄청 많은데, 그중에 한 사람이 오펜하이머이다.

2024년 아카데미 영화제의 작품, 감독상 및 남우주연상 등 7개를 휩쓴 그 영화의 주인공!

(나는 이 영화를 보다가 너무 지루해서 잠들었다가, 핵폭발 소리에 깼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자신을 스스로 이렇게 정의한 미국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

핵폭탄 개발이 목표인 ‘맨하튼 계획’의 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 그도 마티니의 광적인 팬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드라이 마티니! 즉, 베르무트가 적게 들어가고 진의 비율이 높은 마티니를 추구했는데

어느날 술자리에서 ‘맨하튼 계획’으로 모인 세계 최고 과학자들과 논쟁이 붙었다.

핵폭탄 개발에 대한 논쟁? 아닙니다!

베르무트를 극도로 최소화한 ‘슈퍼 울트라 드라이 마티니 제조법’을 놓고 열띤 토론이 펼쳐졌었다.     

주사기로 베르무트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 바늘에 베르무트를 적셨다가 진에 넣었다 빼자! 등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누구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때 오펜하이머가 한마디 했다.     


“7월 16일 최초의 핵실험 폭탄, 가젯(Gadget)에 베르무트 한 병을 넣읍시다!”     


가젯(Gadget)은 오펜하이머가 첫 실험용 핵폭탄의 코드명이었다.     


“베르무트가 가젯(Gadget)과 함께 폭발하면, 이 지구 대기 속에 베르무트의 미세한 원자, 분자가 골고루 분포되겠죠? 이젠 진(Gin)만 잔에 따라서 공기에 노출하면, 대기 속 초극미세량의 베르무트의 원자, 분자와 자연스럽게 접촉한 ‘슈퍼 울트라 드라이 마티니’가 완성될 겁니다! 어떻습니까? 제 아이디어가?”     


핵폭탄 개발자다운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보드카를 이용한 마티니의 007 제임스 본드와

핵폭탄을 이용해서 ‘슈퍼 울트라 드라이 마티니’를 제조한 오펜하이머 

두 사람을 한 방에 보낸 자가 나타났다! 바로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이다!     

영화 킹스맨의 매너 있는 신사는 이렇게 마티니를 주문했다.     


“마티니, 보드카 말고 진으로, 저어야 합니다! 10초 동안, 따지 않은 베르무트 병을 쳐다보면서. (Martini. Gin, not Vodka obviously, stirred for 10 seconds while glancing at an unopened bottle of vermouth.)‘     


당연히 진(Gin)으로 만들라며 보드카(Vodka)의 베이스로 마시는 제임스 본드를 제끼고

병 속 베르무트를 10초간 응시하며 저으라고 요청함으로써 오펜하이머의 드라이함을 능가한!

즉, 베르무트의 ‘느낌적인 느낌’만 담은 ’진정한 드라이 마티니‘를 

킹스맨의 시크릿 에이전트 ’에그시‘가 주문했었다. (영화의 1시간 39분 02초에 등장한다)     

이렇게 상세하고 정확한 영화 속 마티니에 대한 정마담 아줌마의 설명에 모두 깜짝 놀라고 있었다.     


”왜 그래? 나도 이대 나온 여자야! 공부도 잘했어!“     


우리 눈앞의 정마담과 타짜의 정마담은 이화여대 동문이었다.     


005 진짜 여자들의 마티니     


자켓을 벗은 정마담 아줌마는 섹시한 바텐더 모습 그 자체였다.     


”제임스 본드, 킹스맨, 그리고 오펜하이머 등 마초들의 개복잡한 마티니는 이제 잊어!“     


정마담은 바텐더 자리가 익숙해 보였다. 어두운 가게 벽으로 영화도 쏘아올렸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원제 : A simple favor)‘     

영화 속 거실에서 두 여인이 마티니를 한 잔씩 들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마시다, 주인공이 마시던 마티니를 잠시 노려보다가 ‘멍청한 남자들의 마티니’라고 말하며

쏟아 버렸다.     


”못 마시겠다. 진짜 마티니를 마시자!“     

 

컬크러쉬 여성만을 위한 진짜 마티니를 여주는 만들기 시작했다.     


“핵심은 차가운 진이야! 그리고 얼어붙은 잔.”    

 

영화 속 정장을 입은 여주인공은 냉동실에서 진과 잔을 꺼내 오더니 아일랜드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런던 듀크 호텔에서 사 왔다면서 그녀가 냉동실에서 꺼내 온 진(Gin)은 

디아지오(Diageo)사의 대표적인 브랜드 ‘에비에이션(Aviation) 진(Gin)’이었다. 

그리고 역시 냉동실에서 함께 가져 온 칵테일 글라스는 일명 마티니 글라스라고 불리는 잔이었다.     

프리미엄 진(Gin)은 냉동실에서도 얼지 않는다. 

꾸덕꾸덕한 느낌의 질감이 될 뿐, 마시는 데는 지장이 없다.

그녀는 우선 작은 병에 든 ‘베르무트(Vermouth)’를 차가운 칵테일 잔에 조금 따랐다. 

살짝 잔을 흔들면서 부드러운 베르무트가 마티니 잔 안쪽을 한 번씩 다 적셨을 때, 

휙 하니 뒤로 잔 속의 베르무트를 던져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샤워하고 비워진 잔에 에비에이션 진을 따르고, 

레몬을 껍질째 짤라 바깥으로 짜서 살짝 뿌려주고, 

레몬 껍질로 잔 테두리를 리밍하면(발라주면) 완성!     

(여드름을 짜내면 모공 사이로 기름이 삐져나오듯, 레몬 껍질 바깥으로 짜면

모공 사이에서 액기스가 뿜어져 나오듯 껍질에서 나오는 레모 액기스가 잔 속의 진으로 분사되었다.)     


“얼음은 Fuck You(좆까)~ 절대 안 돼!”     


우아한 그녀가 얇고 가녀린 입술로 내뱉은 ‘좆까’는 ‘좆나’ 매력적이었다. 

각이 잡힌 흰 와이셔츠에 하얀 나비넥타이, 그리고 블랙 슈트를 입고 머리를 묶은 주인공. 

그녀는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게 마티니 한 잔을 완성했다.     


“치어스~”     


마주한 순진한 여인과 잔을 부딪치고 여자는 원샷으로 진정한 마티니를 목구멍에 때려 박았다.     


“멋지지? 이 언니! 나만큼 말이야.’   

   

화면을 바라보며 정마담 아줌마가 말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자신이 말아서 만든 마티니를 한숨에 들이키는 그 순간은 걸크러쉬! 그 자체였다.     

엄청 아름답고 멋진 그 영화배우의 이름은 ‘블레이크 라이블리’

남편은 데드풀(Deadpool)의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

그래서 그녀는 데드풀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멋있는 영화의 한 장면이 그렇게 간판 없는 우리 술집을 가득 채울 때, 

정마담 아줌마는 영화 속 주인공 그녀와 똑같은 순서와 포즈로 ‘그녀의 진짜 마티니’를 준비하고 있었다.  

   

‘와, 정말 멋지다!’     


사장 아저씨는 홀린 듯 바텐더 자리의 정마담을 감상하고 있었다.

바 위에 올려놓은 칵테일 재료는 영화와 비슷했다.

다만 영화 속 진은 투명한 병에 담긴 에비에이션 진이었는데, 

사장 아저씨가 준비한 진은 검은색에 붉은 선이 새겨진 병이었다.   

  

“아, 영화 속 그 ‘에비에이션 진’과 같은 것이야! 

데드풀과 울버린 에디션으로 한정판으로 나온 ‘에비에이션 진!’ 포장은 더 멋지고, 속은 똑같이!”     


사장님과 나, 그리고 화란 아줌마는 현란한 정마담의 제조 과정을 감탄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007 그녀를 영업의 달인으로 만드는 솔류션     


정마담 아줌마가 나에게까지 마티니를 만들어주셨다.

사장님을 포함해서 세분의 마티니는 영화 속 마티니아 똑깥이 만든 것을,

그리고 나에게는 달달한 것을 만들어주셨다. (도수가 낮은 것이었다.)   

  

”어린 동생은 초콜릿 마티니!“     


같은 마티니 잔에 초콜릿으로 리밍을 하고, 카카오와 진을 섞어서 만든 달콤한 칵테일이었다.

모두에게 술이 돌아가자, 정마담 아줌마는 건배사를 선창했다.     


”좆까~씨발~“

”응?“     


그렇게 영화 속 여주의 감탄사가 우리의 건배사가 되었다. 

세 분은 원샷으로 털어 넣으셨지만, 나는 입술과 혀만 적셨다. 내 칵테일은 생각대로 달았다.

그리고, 모두 올리브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침묵을 깨고, 정마담 아줌마가 입을 열었다.     


”자, 일은 하셔야지? 선생? 내 술도 받아 잡수셨는데, 솔류션은 나왔어?“     


정마담 아줌마는 마티니를 더 만들어 우리에게 내밀었다.    

 

”우리 모두 한 번 더, 뽁큐!“     


이번에는 영화 속 대사 그대로 아메리칸 스타일로 건배를 했다.

그렇게 한 잔씩을 더 마시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화란 아줌마도 잔뜩 기대하며 사장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사장 아저씨는 또박또박 번호를 붙여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자 그럼, 이렇게 하세요.

1. 아침 9시에 신문보급소에 간다.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지녁에 하나씩은 남아서 모든 신문사의 신문을 배달한다.)

2. 새벽에 돌리고 남은 신문을 거저 달라고 한다.

3. 스포츠, 경제지 다양하게 100부 정도 얻는다

4. 어차피 남은 신문은 버릴 거라서 공짜로 줄 것이다.

5. 신문에 그대의 아름다운 이름이 박힌 명함을 부착하고

병실에 들어가 아픈 분에게 신문을 내밀며, 시크하게 말한다.

“쾌유를 빕니다! 심심하실 때 보시라고 신문 가져왔어요!”

6. 신뢰의 상징인 신문을 주는 사람! 심심할까 봐 읽을거리를 매일 가져다주는 여자!

7. 교통사고 당한 환자들은 살짝 고마워 한다!

8. 게다가 ‘신문배달녀’가 이뻐서 한 번 더 감동받는다.

9. 첫날은 영업을 하지 않고, 신문만 주고, 이삼일 더하다가!

한마디 던진다. “제대로 보상받고 싶으시면 저랑 상담 한 번 하세요!”

끝“

     

사장 아저씨의 일장 연설이 끝나자,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두 아줌마의 머릿속 중앙처리장치(CUP)는 겁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정마담 아줌마가 말했다!   


”오, 괜찮다. 괜찮다! 좋다! 좋아!

누워 있는 아픈 환자에게 말 붙이기 어려운데,

공짜로 신문 주니깐, 선심 쓰는 거니깐 말 붙이기도 좋고!

선데이서울, 맥심 주는 것도 아니고 신뢰의 뉴스! 다양한 경제 소식이 있는 신문!

유튜브 많이 보지만, 활자 신문의 매력이 또 있쥐!

그 신문을 매일 갖다주는 여자! 외롭고 심심한 환자 생활의 활력소!

말 붙이고, 다음 단계로 가기도 쉽고!“     


화란 아줌마는 정마담 아줌마보다는 느리지만, 

괜찮은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었는지,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자~ 한 번 더 우리 모두 다함께! 뽁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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