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식당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부장 Oct 26. 2024

1026 오늘의요리,술,영화 (꼼수의달인 9화)

제 9 화 Dead Line 위의 비디오걸(2)

1979년 오늘(10월 26일) 시바스리갈을 잡수시던 #박정희 대통령이자 독립군을 때려잡던 다까끼 마사오 만주군 장교가 #김재규 총탄에 쓰러진 날, 박정희의 술버릇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여전히 웹소설 쓰는 관계로 대신 웹소설은,,



029 세상에서 가장 짧은 야설     


“덜 중요한 몸을 나누는 사랑의 코스프레를 통해, ‘고인돌’ 성인 애니 스토리, 함께 스터디 해보실까요?     


알코올로 전투력이 급상승한 사장 아저씨는 마침내 비디오걸에게 승부수를 던졌다.

비디오걸은 잠시 머뭇거리다 응답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야설을 써보세요!

제가 감동받으면 ‘덜 중요한 몸’ 나눔 행사할게요!”     


비디오걸은 만화와 애니 시나리오 작가가 정말 되고 싶었다. 

시를 쓰기에는 깊은 성찰의 감수성이 부족하고 소설을 쓰기에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한 것 같았다.

국문과를 나왔지만, 시와 소설보다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아왔기에 

만화나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는 것이 자신에게 더 가능성 있어 보였다.     

그런데, 정식 작가가 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요구한 시안만 통과되면 작가로 데뷔한다.

OVA 비디오 애니메이션 엔딩 자막 스크롤에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못생기고 대가리가 너무 크지만 재치 넘치고 센스 ‘만땅’의 아이디어맨이 눈앞에 있다.

그리고 점점 멋있게 보였다. 화려한 구라 때문인지, 아니면 술 때문인지는 구분되지 않았다.

이 욕망이 가능한 놈과의 에로 스터디? 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한 방에 넘어가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10단어 이하의 가장 짧은 야설~ 도전?”     


비디오걸은 한 번 더 정확하게 제한을 두었다. 10단어 이하의 짧은 소설!

그런데, 야해야 한다! 게다가 비디오걸이 감동받아야만 그녀를 허락할 것이다.

넘칠 정도로 가득 차 있는 술잔을 사장 아저씨는 천천히 들어 올렸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사장 아저씨는 혼잣말 하듯 주문을 외우듯 읊조렸다.

소주잔에 한 방울까지 모두 사장 아저씨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갈 때까지

비디오걸을 노려보듯 그녀와의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작품이 완성되었나요?”     


비디오걸은 정말 궁금했다. 10단어 이하 야설을 과연 그가 완성할 것인가?

감동까진 아니더라도 제출이라도 하면, 허락할지 고민까지 되었다.

사장 아저씨는 백팩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뭔가를 갈겨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트의 한 부분을 반으로 찢더니

반을 접어 비디오걸에게 건네주었다. 비디오걸은 접혀서 전달된 종이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그곳에는 두 줄의 글이 쓰여있었다.     

급구! 빅사이즈 콘돔! 낱개, 포장? 다 삽니다! (무료 나눔 환영)

속편 : 인간서방 영입기념! 최고의 전자서방 우머나이저~ 무료나눔! 새제품(포장 그대로)!     

사장 아저씨는 10단어 이하 야설을 속편까지 써서 제출했다.     


“합격?”     


사장 아저씨는 심사위원인 비디오걸에게 물었다.

비디오걸은 계속 반복해서 읽고 있었다. 다시 읽을 때마다 뭔가 다른 상황이 느껴지는 것 같은

요상한 느낌을 받았다.     


“5초 안에 다른 말 없으면 합격~ 5, 4, 3, 2, 1”     


사장 아저씨는 미소 지으며 숫자를 세었다. 

비디오걸은 아무 말 없이 종이 위에 갈겨쓴 짧은 야설을 계속 읽고 있었다. 

사장 아저씨는 비디오걸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비디오걸님! 갑시다! 이제 오디오 기능을 테스트하러 갑시다!”     


030 출발, 에로 비디오 여행!     


두 사람은 시청각교육과 체험학습을 동시에 병행했다. 

제한된 시기 안에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제출하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합을 맞추고 있었다.     

조난 당한 10대 남녀 둘만이 무인도에 머물며 사랑에 눈뜨는 이야기 ‘파라다이스’과 ‘블루라군’

성에 대한 호기심 만땅인 10대 청소년들의 자기주도형 섹스 학습 ‘그로잉업’,

과외교사와 사랑을 선행학습하는 아름다운 과정을 그린 ‘개인교수’와 ‘마이튜터’

그리고, ‘엠마누엘’과 ‘차탈레 부인의 사랑’, 

변태들의 세련된 사랑을 보여주었던 ‘나인하프위크’와 ‘투문정션’ 

물론 우리 작품도 빼놓지 않았다.

80년대 한국 에로 영화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뽕’, ‘빨간 앵두’, 그리고 ‘산딸기’!

물론 ‘애마부인’시리즈와 ‘무릎과 무릎 사이’도 필수과목이었다.

메이저 영화제작사의 영화만 본 것은 아니었다.

유호프로덕션과 한시네마의 비디오 에로영화도 잔뜩 보았다.

‘젓소부인 바람났네’, ‘곧세우마 금순아’, ‘공공의 젖’, 그리고 ‘말죽거리 복상사’ 등     

그리고 정품 영화만 본 것은 아니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확보된 모든 영화를 둘은 함께 보았다.

그리고, 심도 있는 학습을 위해 시청각 자료를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면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둘은 일심동체가 되었다.     


031 불이 성생활에 미친 영향     


그리고, ‘섹스’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프랑스 ‘장자크 아노(Jean-Jacques Annaud)감독’의 ‘불을 찾아서(1981년)’를 함께 보고 있었다.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우연히 ‘불’을 처음으로 갖게 된 부족의 이야기였다.

살면서 처음으로 ‘불’ 맛을 본 부족은 소중하게 불을 간직했다. 그러다 ‘불’을 잃은 것이다.

그래서 세상 심각해진 그 부족은 우수 부족 구성원을 선발해서 특별 미션을 맡겼다. ‘불을 찾아라’

그래서 떠난 험난한 그들의 미션 개고생! 

마침내 한 아름다운 원시 여인을 통해 불을 피우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근데, 왜 하나도 야하지 않은 이 영화는 왜 봐?

이렇게 대사도 없이 세상 진지한 영화는 처음 봐!”     


비디오걸은 사장 아저씨에게 물었다.     


“일단, 박수동 화백의 고인돌도 선사시대 이야기잖아. 이 영화도 같은 시대 배경이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작품은 성생활의 혁신적인 변화가 불 때문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     


세상 진지한 원시인들은 ‘불’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불’을 피우는 법까지 알아냈다. 그리고 아름다운 원시녀까지 작업해 낸 것이다.

미션의 모든 목적을 이루고, 따뜻한 불가에 둘러앉아 끼니를 곱창에 쑤셔 넣는데, 

한 멍청한 원시인 대가리 위로 열매 하나가 떨어졌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원시녀가 웃더니, 다른 원시인들도 덩달아 웃는 것이다!     


“비디오걸! 바로 저 포인트야!


불을 다스리게 된 순간, 인간은 ‘웃음’을 얻은 거야. 여유를 얻은 거지!”


“그게 성생활이란 무슨 상관이야?”     


남자의 성기는 스타워즈 광선검처럼 쭉 뻗은 직선은 아니다.

Full 발기한 육봉은 치솟으며 위로 구부러진, 말하자면 나이키 로고 스타일이다.

이브의 언덕아래, 여자의 버자이너(vagina)도 그 사랑의 동굴도 구부러져 있다.     


“너 도기스타일(Doggy-Style) 알지?”

“네바쿠(寝バック)?”     


비디오걸은 일본어에 능숙했다.     


“그래, 전문용어로 ‘뒤치기’라고 하지!”     

즉, 인간은 ‘도기스타일’ 즉, 강아지처럼 사랑을 나눠왔다. 왜 그 자세여야 했을까?      

“불이 없는 시대에 인간은 포식자의 먹이지, 결코 생태계의 강자는 아니었어.

어떤 순간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사랑하는 그 순간도 언제나 도바리를 칠 수 있는, 

즉 하다가 바로 빼고 도망칠 자세로 해야했던거지! 

여자나 남자가 바로 토낄 자세가 바로 그 자세야! 그래서 남자의 거시기나

여자의 거시기는 그런 모양으로 지금까지 유전되어 내려온 거지!”     


그런데, 불을 다스리게 되었고, 웃을 여유까지 생긴 것이다.

비디오걸은 사장 아저씨의 이런 이야기 전개를 너무 좋아했다.     


“결국, 불이 지켜주니까. 더 이상 그 자세로 할 필요가 없어져서

정상위로 발전한 거네? 그렇지?”     


사장 아저씨는 또박또박 말을 하는 인형 같은 비디오걸이 너무 예뻤다.     


“그럼, 우리 불 찾기 이전 시대를 체험해 볼까?”

“어떻게?”

“엎드려~”     


그렇게 아직 제출할 시나리오를 완성하지 못한 채 마감시간(Dead Line)은 다가오고 있었다.     


032 데드라인(Dead Line)     


어린 병사는 목이 말라 죽을 것만 같았다. 

흙바닥에 강제로 주저앉혀져 있는 병사들, 물이라고 주어진 양철통은 물보다 흙이 많았다.

어떤 병사는 진흙을 입에 머금었다가 흙을 뱉어내는 식으로 수분을 섭취하기까지 했다.

그때 어린 병사에게 눈에 띄는 웅덩이가 있었다. 불순물은 가라앉아 윗물은 마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통나무로 구획 지어져 있는 통제선을 그 병사는 넘고 말았다. 

모두 나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목마른 병사의 귀에 들어오는 말은 없었다.

엎드려 입을 웅덩이에 가져가려는 순간,     


“탕, 탕, 타탕”     


총성이 울리고, 병사는 그대로 꼬꾸라져 웅덩이에 머리를 처박았다.     


“선을 넘었다.”     


흔히,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게 있는데, 그 경계를 지나쳤을 때 ‘주의’하라는 경고의 의미로 던지는 말이다.

그런데, 170년 전에는 선을 넘으면 ‘주의’가 아니라 ‘죽음’이 주어졌던 때가 있었다.     

남북전쟁이 3년째 진행되던 1864년, 조지아주 애틀랜타 앤더슨빌에는 

높이가 15~17피트 통나무로 된 울타리를 둘러싼 교도소(Andersonville, or Camp Sumter)가 세워졌다.

아메리카 연합군(노예제를 찬성하는 남부군)이 만든 전쟁포로를 위한 이 감옥에는 

14개월 동안 45,000명이 수용되어 있었고 13,000명이 질병, 열악한 위생시설,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주요한 사망원인으로 ‘과밀화’라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어떻게 포로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망했을까?     

당시, 남부군은 잡혀 오는 아메리카 합중국(노예제를 폐지하려는 북군) 포로가 감당되지 않았다.

하루에 최소 400명 이상의 포로가 쏟아져 들어왔다. 새로운 감옥을 지을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나무로 간단하게 이어 걸쳐 놓으며 ‘이 선(Line)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 선을 무의식적으로 벗어나는 이도 있었고,

어린 병사처럼 웅덩이 물을 마시기 위해 선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마다 총알이 날아왔다. 

90피트 간격으로 세워져 있던 비둘기둥지(pigeon roosts)라 불리던 초소에서 날아드는 총알은 

선을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바로 이 선이 바로 데드 라인(Dead Line)이었다. 넘으면 진짜 ‘죽음’이 기다리고 있던 ‘선(線)’이었다.


.....     


성인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시안 데드라인이 이틀 남았다.

아무도 죽이진 않는다고, 아직 이틀 남았다고, 릭랙스하라고 아무리 말을 해줘도

비디오걸의 스트레스는 엄청났다.

하지만, 더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사장 아저씨였다.

비디오걸은 책상 앞에서, 노트북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사장 아저씨에게는 50cm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즉, 체험 학습이 중단된 것이다.     


“스쳐도 성추행이다. 조심해!”     


비디오걸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엄중히 경고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25 오늘의요리,술,영화 (꼼수의달인 8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