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앞 의자의 오후

by 착한임

집 근처 편의점 앞에는 낡은 플라스틱 의자가 두 개 있다.
하얀색이었을 것 같은 표면은 시간이 지나 노란빛을 띠었고, 다리 부분은 약간 휘어져 있다.
누가 처음 두었는지, 왜 거기 있는지 모르는 그 의자에 나는 가끔 앉는다.

처음 앉게 된 건, 우연이었다.
장 보러 나갔다 돌아오는 길,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편의점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다가, 마침 빈 의자가 보여 앉았다.
그날은 짧게 앉아 있었을 뿐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그때부터 가끔 그곳에 들르게 됐다.

편의점 앞 의자에 앉으면, 도시의 오후가 그대로 보인다.
배달 오토바이가 쌩 지나가고, 초등학생들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깔깔 웃으며 뛰어간다.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맞은편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람에 섞인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그 흐름 속에 몸을 맡긴다.

가끔은 옆 의자에 낯선 사람이 앉는다.
휴대폰을 붙잡고 한참 통화하는 아저씨, 담배를 피우며 하늘을 보는 청년,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는 할머니.
우리는 서로 말을 나누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함께 있는 기분이 든다.
그 의자 위에서는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다.
모두 잠시 세상의 속도를 멈춘 채,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알게 된다.
집 안에 있으면 해야 할 일이 자꾸 떠오르고, 카페에 있으면 뭔가 생산적인 걸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편의점 앞 의자에는 그런 압박이 없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허락된다.
그게 나를 숨 쉬게 한다.

사람들은 멀리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장소에 가야 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쉬는 건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는 걸.
그리고 그 마음은, 편의점 앞 의자처럼 아무렇지 않은 곳에서도 만들어진다.

오늘 오후에도 나는 그 의자에 앉아 있을 것이다.
손에 시원한 캔커피 하나를 들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바라보며.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겠지만, 그 의자 위의 시간만큼은 나만의 속도로 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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