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수술 후기
수술실 천장의 램프가 마치 연근 모양 같았다.
마취과 여선생님은 어딘가 유쾌하면서도 능수능란했다.
“마지막 식사, 몇 시에 뭐 드셨나요? “
”오전 11시, 죽이랑 청포도요. “
”샤인머스켓! 죽은 반그릇? 한 그릇? “
”반그릇요. “
”많이 드셨네.”
“많이 먹은 거군요.”
“4시간 밖에 안돼서 지금 위 속에 죽들이 가득가득할 거예요. 아주 간혹 마취 중 환자분들이 먹은걸 그냥 다 토하기도 해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
“뭘 어떡해, 우리가 다 치워야지. 자, 마스크 대고 숨쉬기 크게 열 번 하세요. 후-하-”
“후-하-”
딱 4번 하고 나니 감각이 페이드아웃 된다. 게임의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듯 회복실이 보인다.
다행히 나는 존엄을 유지하며 수술을 마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