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피가 되어버린 여행
어제,
나는 그냥 4월까지만 회사에 있는 걸로 하기로, 그렇게, 되어 버렸다.
지난 2월 여기 팀에 처음 인사를 하러 왔을 때 대놓고 이 팀에는 내 직무의 역할은 필요 없다고 말했던 팀장은 2달을 끌다가 결국 업무인수인계나 회의도 없이 어제 오전에 나를 불러 내 업무와 자기 팀 업무를 또 한 번 대조하더니 필요 없으니 철수해도 된다고 했다. 그것도 회사에서 계속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니 2달을 끌다가 결론을 낸 거다.
내 입장에서는 진작에 회사에 이야기했으면 좋았다. 왜냐하면 나는 2달 동안 이 팀 구역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었으니깐.
여하튼 나는 예상은 했으나 아주 기분 나쁘게 철수령을 받았다.
그런데 마침, 나는 고객사 창립기념일에 맞춰 휴가를 더해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고,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어제 해고일 받은 내가 그 다음날 휴가를 쓴 거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회사에 횡포 중인 퇴사예정자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반 자의적 반 타의적인 이 결과가 사람을 계속 침울하게 만들었고, 원래 오후반차라서 점심시간 이후 나와야 하는 데 한 시간 일찍 나와버렸다. (에라이 될 대로 되어버려라)
그리고 지금 공항 라운지에서 식욕으로 이 우울감을 치료 중인데, 좀 급하게 욕심을 부른 모양이다.
빠른 시간 안에 두턴으로 여섯 접시는 과욕이었다.
이 와중에 저 무스케이크는 달콤하고 맛있네.
나가기 전 한 번 더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