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자야 해
안녕.
네가 쓴 글을 몇 편 연달아 읽어보았어. 가끔씩 그렇게 읽잖아. 아들에게 보내는 사랑은 참으로 지고지순해. 네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도 많이 하고.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분위기가 일관됐어. 따뜻하고, 한 주를 돌아보는 내용이야. 하지만 유머는 부족하지. 그건 매력이 떨어지는 요소 중 하나야. 다른 브런치 작가들 보면 자식에게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꽤 보여. 굉장히 직접적인 제목을 달고 있지. 그 작가들은 좋아요도 많고 응원도 많고, 노출도 잘 되더라고. 내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잘 드러나지 않나 봐. 브런치북 제목이 눈길을 잡아끄는 매력이 덜할 수도 있고, 성인 혹은 성인 언저리에 있는 자식이 아니라 예비 초등학생인 꼬맹이에게 쓰는 거라 그런 걸 수도 있고. 원인이야 여러 가지겠지. 여하간, 색깔은 분명해. 재미가 떨어지는지는 몰라도.
그런데 너에게 쓰는 편지는 불안과 응원을 왔다 갔다 하지. 응원으로 불안을 눌러버리려고 애쓰는데, 별로 성공적이지는 못한 느낌? 아직 내면 아이가 치유되지 않았나 보네. 걔는 언제쯤 치유되는 거야? 치유는 되는 거지? 어, 이런, 또 부정적 사고가 발동했구나. 웃자고 한 소리야. 넌 발전하긴 했어. 그건 확실해. 죽고 싶다는 생각도 안 하잖아. 그때랑 요즘은 비교도 못하지. 갈수록 느끼는 건데, 불안과의 씨름은 죽을 때 끝날 것 같아. 이빨 꽉 깨물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잘 버티고 있어. 어차피 불안은 어디 안 가. 조금씩 고개 들 때마다 밟아야지, 별 수가 없어.
남편과의 대화도 줄었지. 주된 원인이 나인 것 같아. 내가 대화를 시작하지 않거든. 전에는 "우리 요즘 괜찮게 지내고 있는 걸까?" 같은 질문을 던지곤 했지. 내가 둘 사이의 불안이라고 감지한 문제에 대해서 남편은 반대 의견을 냈었어. 가끔 동의하는 날도 있긴 있었지. 다만 나의 이런 질문이 부정적 사고를 거부하는 남편에게 시작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내지 못하고, 그는 그걸 불쾌해했지. 그래서 더는 물어보지 않았어. 대화도 같은 루트를 뱅뱅 도는 느낌이 들었던 터라 더더욱 그만해야 되겠더라고. 그래서 이제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일정, 날씨, 아들 정도야. 남편의 말투나 시선에게서 다정함이 줄어들었지. 책임감은 더 보이고. 날카로운 말이나 내 마음에 상처 줄 말도 늘었어. 잊고 살 때도 많은데, 떠올리려고 하면 순식간에 떠오르지. 굳이 여기 적고 싶지는 않다. 무슨 소중한 말이라고 적어서 남겨놓겠니. 피곤하다는 말은 매일 들은 지 이미 오래됐어. 피곤할 거야. 일하느라. 먹고살려고 애쓰느라.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서 날카로워지고 그게 내게 드러나겠지. 돈은 늘 불안하고, 나는 글을 놓지 못하고, 남편은 힘들고. 나는 경제적으로 돕질 못하니 당당하지 못해서 스트레스받고, 글을 좀 잘 써봐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입술만 깨물고, 남편은 무엇이든 해서 돈 벌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힘들고. 몸담았던 회사에서 걸어 나오는 즉시 힘들어지지. 이런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무얼 주면 좋을지 아직 오리무중이네.
다들 그러고 사나?
해봤자 힘든 이야기 굳이 꺼낼 것 없이 날씨, 건강, 자식 이야기만 나누며 살까?
아냐. 이 시기도 지나가. 다 지나간다. 버텨.
너 오늘 말이 많구나.
안 되겠다.
자. 더 쓰지 마.
이럴 땐 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