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아들에게,
지난주엔 얼마나 걱정되고 불안했나 몰라. 글쎄 엄마가 네 돌봄 신청서를 내는 날짜를 잘못 알고 있어서 입학식날 내는 줄 알았지 뭐야. 아빠가 한번 확인해 보라고 한 말에 “아니야 이제 낼 건…”까지 말하고선 엄만 돌처럼 굳어버렸지. 제출기한이 1월 중순이었어. 그때가 8시 반쯤 됐나, 한 30분 기다렸다가 초등학교에 전화하려는데 그 30분이 어찌나 안 가는지. 내 잘못인데, 시간아 빨리 안 가냐며 엉덩짝을 걷어차고 싶은 심정이었지. 아마 서울이었다면 2월 초에 내는 이 신청서는 가차 없이 거절당했을 거야. 그런데 우린 면에 살잖아. 다행히 학교에 전화해 보니 돌봄 신청자 정원이 다 안 찼으니 서류 내러 오라더라.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던지. 네 학교생활 시작부터 너한테 미안할 일을 할 뻔했어. 휴… 다시 생각하면 다시 아찔하네. 아이들이 적어서 그렇다는데, 몇 명인가 여쭤보니 스물다섯 명이 좀 안된다고 하시더라.
그 정도면 생각보다 많은데? 엄마는 대만족 했지. 가슴에 안도감이 사악 퍼질 정도였다니까? 그렇게 여섯 해를 계속 붙어있게 되겠네,라고 생각하고 보니 중학교도 마찬가지겠더라고. 우리 지역 초등학생들이 전학 나가지 않고 그대로 하나의 중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라면 한 서른 명 정도겠지. 총 9년이구나 결국. 고등학교부터는 갈라지니까. 그때부턴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다고 하니 갑자기 되게 비현실적인 기분이 드는 거야. 이제 너랑 매일 볼 날이 9년뿐이라니. 그러니 이제는 시간아 왜 이렇게 빨리 가냐며 엉덩짝을 걷어차고 싶은 심정이 됐지. 고작 9년이라니. 최고의 9년을 장담하진 못해도 최선의 9년을 네게 줄게.
엄마는 지금 너의 <동화책과 연극놀이> 강좌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어. 첫 번째는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였고 두 번째는 <사과는 이렇게 하는 거야>로 한댔지. 너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는 필사를 하며 책을 읽었어. 어제도 한 문단 적었지. 너는 엄마가 무엇을 받아 적었는지 궁금해서 수첩을 펼치고 소리 내어 읽었어. 언젠간 너도 엄마처럼 책을 읽다 필사하려고 빈 공책을 찾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
벌써 입춘이라네.
히아신스를 들일까 봐.
너보다는 청초하지 않겠지만.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