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사탕으로 거듭나길
아들에게,
이제 다음 주면 입학식과 함께 공식적으로 초등학생이 되겠구나. 엄마는 각종 걱정이 앞서지만 머리에선 주책 그만 떨고 잘 지내겠거니 믿으라고 자꾸 명령을 내리고 있어. 그나마 그 덕에 쿵덕대는 심장이 조금 가라앉는 거 같아.
학교에서는 한 개 반으로 진행된다고 확정이 났대. 부모들 마음이야 두 개 반이 더 낫겠다 싶지만 공간이 없다고 하니 방법 없지. 엄마는 그저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였다는 사실에 감사해서 뭔가 강력히 주장하거나 요구할 생각까지 들지는 않아. 아직 보들보들한 솜사탕 같은 네가 여러 아이들과 함께 자라나면서 많이 흔들리고 부딪히는 상황을 이겨내고 막대사탕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뿐이야.
네 친구 엄마들은 큰 방들을 비워주고 거기에 아이 침대와 책상을 넣어주고 어린이 책상 크기가 무엇이 좋을지 고르느라 고민들이야. 그런데 엄마는 일단 그렇게는 안 할 거 같아. 엄마도 한때는 어린이였고 학생이었잖아. 침대와 책상이 한 곳에 있으면 침대가 큰 힘을 발휘하더라고. 초등생인 동안 대단한 공부를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곳에 앉으면 눈앞에 놓인 책 이외에는 집중할 것이 없는,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한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데, 현실적으로 접근해야겠지. 당장 이사를 갈 수도 없고, 방을 만들어낼 수도 없으니. 거실 중앙에 큰 테이블을 놓을지, (엄마아빠가 혼수로 짠 소나무) 책상이 한쪽 벽면을 채우고 반대쪽엔 작은 소파와 식물을 둔 현재 상황을 유지할지 고민이 커. 네가 엄마의 20년 묵은 전자사전을 매우 즐겁게 가지고 노는 모습에 흐뭇해하면서 머리 한구석에선 책상을 어찌할꼬 계속 생각 중이야.
전자사전을 네게 주면서 엄마가 그랬지. 아무거나 네가 눌러보면서 잘 써보라고. 넌 정말 이것저것 많이 눌러보더구나. 엄만 거기 어린이 그림 영어사전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어. 민족문화 대백과사전도 그렇고, 영어나 중국어로 동화나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주는 게 있는지도 몰랐지. 이제 슬슬 알파벳도 눌러보고 읽으면 어떤 발음이 나는지도 들어보고 흥미를 느끼고 있더라. (중국어로 읽어주는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를 들으면 중국어가 우리말보다 더 활기찬 느낌이라고 넌 말했지.) 그 모습에 궁금증이 솟아 검색을 해보니 아직도 2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어서 어찌나 놀랐던지. 가격이 안 떨어졌어! 생산연도도 2015년인데!
입학을 축하해. 이제 정말 초등학생이 되는구나. 아직은 품에 쏙 들어오는 아기가 말이지.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