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이 많네
아들에게,
엄마는 말이야, 흠이 많은 보통사람이야. 걱정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고. 엄마의 걱정이 널 재촉해 왔는지도 몰라. 그게 잔소리로 다가왔을 것 같아. 엄마는 네 칭찬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가끔씩 네가 "와, 엄마한테 칭찬받았다!"하고 신나 할 때면 지금까지의 칭찬이 네겐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지. 그런 순간마다 엄마는 불안감 반 어리둥절함 반이 섞인 얼굴이 되고 말지. 일상적인 칭찬 속에서 네가 어떤 걸 칭찬이라고 여기는 건지 엄마는 감을 잡을 수 없었지.
지금 생각하고 보면 그래. 네게 신발 정리를 담당시켜서 네가 이 집을 공유하는 일원으로서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으면 했어. 그런데 너는 아직 습관이 들지 않아서 자꾸만 신발 정리를 까먹었지. 엄마는 매일 저녁 네게 신발 정리를 했는지 물어봤는데, 그럼 너는 까먹었다면서 "지금 할게!" 외치며 문간으로 달려 나갔어. 네 자존감을 채워주려고 시작한 신발 정리인데, 네게는 네가 혼날 또 한 가지 구실이 되었던 것 같아. 평소 엄마를 묘사하는 너는 엄마를 자주 혼내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 같거든. 사랑하지만, 자주 혼내는 사람. 엄마가 이루고자 한 목표를 잘못된 방법으로 달성하려 한 것 같아. 그렇게 부작용이 나고, 난 너를 자주 혼내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네가 힘들었겠다. 엄마는 칭찬을 많이 하는데 왜 너는 칭찬을 고파하는지 이유를 몰랐는데, 엄마는 방식이 잘못됐었네. "멋진데!"나 "잘했어" 대신 "이걸 하려고 노력 많이 한 게 눈에 보이네. 장하다."라거나 "네가 정말 큰 도움이 됐어. 고마워." 같은 말을 해줬어야 했나 봐. 미안해. 엄마가 잘 몰랐어. 바람직한 목표인데,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루려고 했구나. 그러면 이루어지지 않는데. 현실은 그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하루하루가 모인 건데, 어쩌면 네가 하루하루 편하지 않았겠어.
이제라도 고치려고 애쓰면, 괜찮아질까? 너는 많이 혼나는 아이가 아니라 많이 칭찬받는 아이가 될 수 있을까? 엄마가 그저 미안하구나. 초등학교에 엄마의 지지를 등에 업고 씩씩하게 들어가야 하는데 엄마가 어설퍼서 네가 풀이 죽거나 운 걸 생각하니 속이 타는구나.
자식을 향한 사랑을 어떻게 해야할지 책으로만 배워서, 엄마가 모자란 점이 많아.
우리 아들, 고생이 많네.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