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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복과 털양말 Apr 19. 2024

엄마, 이건 비밀인데요

꽃과 개구리와 너

  아들에게,     


  어젠 네 친구들이 집에 우르르 놀러 왔어. 형아 둘, 친구 셋, 하여 다섯 명이 우리 집에 놀러 오니 너는 신이 나서 소리를 꺅꺅 질렀지. 너와 성향이 잘 맞는 비교적 차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형아랑 어린이집에 함께 다녔던 친구가 오니 너는 웃고 뛰고 아주 난리였어.

  그 친구의 엄마는 엄마처럼 식물을 좋아해서 엄마에게 씨앗과 구근식물의 알뿌리도 몇 개 나눠줬지. 게다가 형아가 더 이상 입지 않는 여름옷들도 줘서 엄마는 마음이 풍성해졌어. 오늘 하루동안 물에 불려놨다가 칼로 조금 베어서 약간의 상처를 낸 다음 심어주면 된다는구나. 처음 심어 보는 건데, 모쪼록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야.      


  너는 요즘 내게 비밀을 잘 털어놓지. 오늘 유치원에 가는 길에도 너는 내 손을 꼭 잡고 네가 사실은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지. (네가 태어나서 처음 향기를 맡아본 꽃은 프리지어야. 싱그러운 향이지.)그리고 넌 사실 개구리를 귀여워한다고도 했고.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너는 엄마가 개구리를 싫어하니까 너도 싫어할 거라고 했었어. 엄마가 싫어하는 거라는 이유 때문에 네가 좋아하는 걸 싫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너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지. 엄마가 싫어하는 건 너도 싫어할 거라면서. 그런데 사실을 개구리를 귀여워하는 마음이었구나. 그 비밀을 말해줘서 고마워. 네가 너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엄마도 신이 났어. 유치원까지 가는 발걸음도 힘차지고, 엄마가 먼저 나서서 네게 색깔 블록 밟으면서 가기를 해보자고 했어. 너는 라라라 노래 부르며 진한 회색 블록을 밟았어.


  며칠 전에 네가 털어놓은 비밀에는 엄마 가슴이 지르르 울렸어.

  엄마, 이건 비밀인데요, 엄마가 날 위해서 애쓰고 있는 걸 난 알고 있어요.

  어쩜 그렇게 엄마를 감동시킬 수 있니? 엄마는 네가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라는 사실이 그저 감탄스러워. 내게 너라는 행운이 떨어지다니. 엄마는 전생에 괜찮은 삶을 살았나 봐.      


  오늘은 금요일이야. 한 바퀴 돌아서 또 금요일이 되었어. 이번 한 주도 유치원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태권도도 잘 다니느라 고생 많았어. 이번 주말엔 우리 가족끼리 한가롭게 쉬자. 아빠가 고기를 주문했어. 너도 알지? 고기라면 아빠가 기가 막히게 맛있게 굽는 거. 평안한 주말 보내자.     


  아들아, 이건 비밀인데, 엄만 네 얼굴을 보면 정말 세상에 부러울 게 없어.      


  사랑해.

  이따 만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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