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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복과 털양말 Apr 24. 2024

너는 목놓아 울었지

와, 오늘 진짜 좋은 날이다

  아들에게,    

 

  오늘은 수요일이구나. 드디어 무얼 해도 풀리지 않던 월요일과 네가 목놓아 울던 화요일이 지나갔어. 오늘은 지난 이틀과 달랐으면 하는 바람인데, 뭐, 하루가 어떻게 풀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계획은 세워도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     


  어제 네가 운 이유는 맥도널드였어. 감자튀김을 좋아하고, 태권도장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맥도널드가 있는 고로, 너는 집에 가는 길에 맥도널드에 가고 싶다는 말을 심심찮게 하지. 하지만 어떻게 네가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척척 사주겠니? 너도 참을 줄 알아야 하는데. 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령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 게다가 몸에 좋은 음식도 아니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너는 크고 서럽게 울었어. 네가 듣고 싶어 해서 틀어놓은 동요와 울음이 섞여서 엄마는 음악을 꺼버렸어.     


  그렇게 돌아와서는 또 그만큼 울었지. 장난감 때문에 말이야. 난 네가 가지고 논 장난감은 직접 정리해야 한다고 일요일부터 말했고, 치울 시간을 충분히 줬는데 너는 장난감을 온 마룻바닥에 다 늘어놓은 채로 치울 생각이 없었지. 엄마가 그냥 치워버리고 싶었어. 내가 하면 후딱 끝날 일이니까. 사실 정리는 엄마가 직접 하는 것보다 네가 정리를 싹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힘들거든. 그래도 어제는 정말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 네게 최후통첩을 했지.

  너는 네가 해야만 하는, 그러나 하기 싫은 일을 하라고 하면 꼭 그때부터 어딘가 아프다고 말한단다. 하지만 엄마가 자꾸 그걸 받아주면 핑계를 대는 게 익숙해질까 봐 받아주지 않았어. 너는 또 엄마가 말하는 도중에 엄마 목소리를 누를 만큼 큰 소리로 울었지. 너는 잘 그래. 네가 듣기 싫은 말을 하면 일부러 엄마의 목소리가 안 들려 버릴 정도로 더 크게 울지. 엄마의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어.


  결국 엄마도 큰 소리를 냈어. 네 버릇을 지적하고, 너를 사랑하는 엄마로서 그런 모습을 계속 받아줄 수 없는 일이라고 딱 잘라 말하곤 서둘러서 공책과 볼펜을 꺼냈지. 울면서 천천히 정리하는 너를 지켜보고 서있으면 격앙된 내가 또 네게 한소리 할 것 같아서. (양치할 때처럼 말이지. 엄마는 그래서 요즘 네가 양치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아. 보고 있으면 엄마가 자꾸 이래라저래라 말할 거 같아서. 그러면 넌 지금 잘하고 있는데 왜 더 잘하라고 하냐면서 억울해하면서 우니까.) 지켜보며 자꾸 지적하지 않는 게 네게 좋다고 결론 내렸거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천천히 정리하던 네가 말했어. 이제 놀란 가슴이 좀 진정된다고.


  엄마 목청에 놀랐지? 사실 엄마도 쩌렁쩌렁 소리 잘 질러. 너에게 웬만하면 지르지 않고 사는 것뿐이야. 엄마도 화가 막 나. 그런데 최대한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염라대왕처럼 말하는 것뿐이야. 위엄 있는 목소리를 의도하는데 그렇게 들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지. 엄마의 짜증과 화를 너한테 푸는 건 훈육이 아니라잖아. 잘못된 걸 가르쳐주고 고치게하는 게 훈육이라잖아. 엄마도 어떻게든 애쓰고 있는 거야.


  “오늘도 어려움을 이겨냈다. 엄마, 사랑해.”

  너는 말을 하면서 내게 다가와 팔을 감으면서 뭘 쓰냐고 물었어. 나는 비밀이라고 대답하고 피식 웃었지. 이 글을 쓰고있었지롱.

  “하기 싫은 마음을 이겨내고 해냈다. 와, 오늘 진짜 좋은 날이다.”

  그래, 그렇게 뿌듯함이 쌓여가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난 엄마가 좋아요.”


  그래, 나도 네가 좋아. 내가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오늘 오전엔 비가 내렸어. 올해는 엄마의 작은 텃밭 일구기가 성공하길 빌어주렴.      


  사랑해.

  이따 만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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