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시 몇 편 3

내 마음

by 내복과 털양말

<내 마음>


만들고 싶은 걸 완성했을 때

기쁜 내 마음


친구가 내가 만든 걸 부수고 찢고 구겨버릴 때

슬픈 내 마음


아끼는 물건이 없어졌을 때

화난 내 마음


누가 내 앞에 갑자기 불쑥 튀어나올 때

놀란 내 마음






유치원에서 아들이 <내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다. 이걸 시라고 불러야 할지 말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시라고 불러본다. 엄마 된 자로서 저 글을 보고 아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고 있는지 짐작해 본다. 무언가 완성했을 때 기쁘다는 걸 보니 성취감, 뿌듯함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꼽는 것 같다. 단순히 "망가트릴 때" 정도가 아니라 상세히 "부수고 찢고 구겨버릴 때"라는 걸 보면 무언가를 섬세하게 느끼는 그 마음이 긍정적인 감정과 동시에 부정적인 감정에도 적용되는구나 싶다. 겁이 많고 조심성이 있는 거야 뭐, 알고 있었다. 다 알고 있었는데, 저렇게 써놓은 걸 보니 글에 다 드러나 확인도장을 받은 기분이다. 솜사탕 같은 내 아들은 어제 채집한 방아벌레가 죽어있는 모습을 보고 엉엉 울었다. 유치원 친구들이 놀러 와 있었는데, 걔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큰소리로 웃었다. 난 사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조금 어리둥절하다. 왜 웃었지?


어제는 그 애들이 놀고 간 뒤 스트레스가 컸다. 그래서 8시 반에 아들과 함께 드라이브를 나갔다. 시간을 보니 늘 가보고 싶던 중고서점의 영업마감 1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엄마 음악 리스트 틀고 가자고 했더니 아들이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헤비메탈, 힙합, 장기하, 윤종신, 선우정아가 랜덤으로 흘러나오고 나는 액셀을 밟았다. 그리하여 나는 김중혁의 소설을, 아들은 공룡 대백과를 한 권씩 사서 오면서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난 결국 아들에게 당분간 친구들 초대는 못하겠다, 엄마가 정신이 너무 없어서 피곤해서 그렇다고 말했고 아들도 알겠다고 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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