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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람

변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아

by 내복과 털양말

아들에게,


요 며칠은 밤에 시원해서 에어컨을 킬 필요 없이 창문만 열어도 충분했어. 시원하니 좀 살 것 같더라. 벌써 입추가 지났어. 이제야 뜨거운 여름의 중간까지 온 기분인데 절기상으론 입추가 지났다니 신기하지. 지구가 점점 뜨거워져서 언제까지 이렇게 절기가 마법처럼 딱 들어맞을지 모르겠네.


태권도 방학이 오늘이면 끝나고, 유치원 돌봄도 며칠이면 끝나. 약간의 휴일 뒤에 다음 주에는 개학이지. 좋은 선생님과 좋은 시간이 다시 시작되겠어.


네게도 말했다시피 이제 놀이선생님과는 이번 달로 끝이야. 그 사이에 너는 빨리 성장했어. 더는 놀이선생님을 만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이 서셨는지 놀이시간 종료를 선생님이 언급하시기에 엄마는 동의했어. 아빠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엄마가 말을 꺼내니 아빠도 빨리 동의했지. 어린이라는 한 우주가 얼마나 빨리 커지는지 엄마는 그저 감탄스럽구나.


요즘 엄마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인간관계에 대해 돌아보게도 되고. 네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엄마가 사람을 대하는 패턴을 좀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해. 엄마는 지금까지 꾹꾹 눌러 참다가 더는 참을 수 없어지면 펑 터트리고 관계를 단절하는 패턴이었어. 그런데 이젠 내 관계만이 아니라 너의 관계도 얽혀있으니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 방식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 그때그때 마음의 짐을 해소하고, 뾰족함을 드러내지 않고 생활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한 번 끊어진 관계는 앞으로도 끊어진 채로 이어진다는 생각보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다시 이어갈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는 나 한 사람만을 닮은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나의 단점을 가지지 않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 내가 부단히 노력해 왔기 때문에 엄마보다는 부드럽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 않을까 싶어. 엄마는 휘어지기보다는 부러지기를 선택하는 사람이었지만 이젠 좀 변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아.


지난 주말에 감자탕집에서 식사를 하며 엄마는 행복했어. 맛있는 걸 먹으면 다음에 꼭 같이 먹어야겠다며 엄마를 떠올려주는 남편이 있고, 엄마의 부탁이라면 들어줘야지~ 하는 아들이 있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이따 만나.

사랑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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