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슨 일이 있었더라?

Gonna be, gonna be golden

by 내복과 털양말

아들에게,


지난주는 엄마가 타이밍을 놓쳐서 편지를 못썼네. 서울에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피곤하기도 했어. 여름이라 그런가,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엄마는 마치 병든 닭처럼 하품하면서도 밤엔 잠을 잘 이루질 못했지. 너처럼 기운이 넘치는 어린이도 피곤한 날이잖니.


넌 오늘 유치원이 집보다 재미있다며 유치원으로 갔어. 유치원에 가면 또래가 있으니 아무래도 엄마랑 둘이 있을 때보다는 재미있겠지. 이젠 너도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되고 너의 세상이란 게 생기니 엄마랑 계속 붙어있는 게 재미있지만은 않은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정신없이 지나간 요 며칠간 무슨 일이 있었더라?

어제는 예정에 없던 친구집 방문이 있었지. 치즈가 너무 많아서 받아가라고 해서 갔다가 넌 친구와 친구네 오빠와 함께 신나게 놀았어. 순식간에 땀이 줄줄 흐르도록 뛰어놀고 춤도 추다 보니 어느덧 집에 와야 할 시간이 되어서 너무 아쉽더라. 너는 아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만 잘 참았다고 했지.


아, 주말엔 엄마의 친한 동생이 남편과 함께 우리 집에 놀러 왔었지. 우리는 마당에 수영장을 펴고 물을 받아서 시원하게 물놀이도 하고, 네가 푹 빠져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노래를 틀어놓고 춤도 보여줬어. 네 춤을 보면서 신나게 웃기도 하고,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유치원에서 애들이 너한테 뭘 시키면 네가 이젠 "싫어!"하고 받아친다고 하니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잘 자라고 있어! 하면서 응원도 해주었지. 그 이모는 엄마가 대학생 때부터 보물처럼 여겨온 후배야. 엄마를 잘 알고,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 만나도 어제 만났던 사람인양 편안하고 좋은 사람이지. 자라나다 보면 너에게도 그런 소중한 인연이 찾아올 거야.

그 이모가 집에 돌아간 뒤에 네가 너무 행복하게 멋진 소년으로 자라고 있는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내왔어. 엄마의 유일한 희망사항이 네가 행복하게 멋지게 자라는 건데, 그렇게 보인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기쁘더라.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 이모가 그렇게 말하니 더 좋던걸. 놀이선생님 말씀으로도 네가 내면인 강한 사람으로 자라날 양분이 충분한 아이 같다고 하시고, 습득력도 좋아서 빠르게 배우고 익힌다고 하셨어. 여러 전문가 어른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너를 지켜보는 어른들도 비슷한 말씀들을 해주셔서 엄마는 너무 기쁘고 너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폭발적이라더니 정말 어마어마하던걸?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없고, 지나가다 만난 동네 형아도 그걸 좋아한다잖아? 너도 맨날 거기 나오는 음악 틀어달라고 하더니 춤을 추고 말이지. 이따가 태권도에 갈 때도 또 그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겠지? Gonna be, gonna be golden. 밝게 빛나는 우리. 엄마는 그 노래 가사가 마음에 들어.




이따 만나.

사랑해.

엄마가.





keyword
이전 20화손등에 적어놓기라도 할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