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공부는 왜 하는 거예요?

중간고사를 한 교시 앞으로 앞둔 학생이 다가오더니 갑자기 나에게 질문했다.

“쌤! 공부는 왜 하는 거예요?”

나도 지난 시절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방문교사였던 선생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쌤! 공부는 왜 하는 거예요? 학생은 힘들게 공부해서 선생님들이 힘들게 만든 시험의 답을 맞히려 하잖아요.” 선생님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냥 힘들게 시험지도 안 만들고 공부도 힘들게 안 하면 모두가 행복한 것 아니에요?” 이 질문을 들으시고는 허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

교사가 된 나에게도 드디어 이 질문을 받게 된 때가 오다니. 솔직히 말해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하려면 한 시간으로도 부족하다. 실제로도 교육학개론 수업과 영어학 개론 수업 중에서도 수업을 통해 배웠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는지를 여러 과학적 이론들을 통해 학습하는 과정은 짧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중간고사가 30분 앞으로 다가왔는데 공부를 왜 해야 하냐니.

당돌하게 다가와 질문했던 학생의 표정은 인생의 참 진리를 내 오늘은 꼭 알고야 말리라하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고 나서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행을 가서 사용할 돈을 모으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아직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너가 여행을 가기 전에 돈을 많이 모았다면 여행지에 가서 좋은 호텔에서 지내면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 먹을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돈을 많이 모으지 않았다면 여행지에서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하겠지? 공부도 그와 같아. 지금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해두면 나중에 너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질 거야.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는 삶을 살 수 있는 거야."

대다수의 학생들이 본인의 장래희망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며 살게 될지 모르니 나와는 관계없는 것 같은 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목표가 없는 불확실함 속에서 혼란스러운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모두에게는 동일한 시간이 주어졌으니 그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미래라는 여행을 앞두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 여행을 앞두고 현재에 최선을 다해 지식을 쌓고 경험을 쌓는 것. 그리고 준비된 때에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버는 것이 우리가 지금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다.

나의 답변을 들은 학생은 수긍을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우리 학생들에게는 매일이 전쟁이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사숙고하여 목표를 설정한 후 달려가면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 그렇기에 주어진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앞으로 정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