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을 떠난 우리의 소소한 즐거움에 대하여.

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장 생활칼럼

by Kimkihoon


어느 후배가 나에게 묻습니다.

“형은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나 봐요”

“왜?”

“설거지 통에 설거지거리를 미루지 않고 깨끗이 치우고 그날을 정리하는 상쾌함을 즐기나 봐요”

“감사하지 그냥 나 자신에게 마음 같아선 쌓아두고 미루고 싶지만 그러면 안돼 하는 용기가 생기니 나를 잠시 다룰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할까? 근데 미루어놓은 일이 많은 건 아직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이 남았다는 것이겠지?”

그렇게 두 사람은 대화의 작은 기쁨이 모여 삶이 감사해진다는 마음을 공유했다.

인생의 길이란 한 모퉁이에서 떠나는 여행객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다 스쳐 지나가는 비바람도 인연이고 추억이 되듯 흘러온 세월만큼이나 감사할 것도 많다. 슬퍼하거나 괴로워한다고만 해서 인간이 성숙해지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그 붙임이 서로를 속여 원망하게 하고 질투하게 하여도 그 겨울을 녹일 봄날 햇살은 언제나 다시 오기 때문이다. 그 길이란 세월의 풍파만큼 작은 보폭이 모여 큰 산을 넘으니 종종걸음이든 뛰어가는 땀방울이든 다 소중한 인생의 걸음이니 말이다.

조용히 시상 하나를 떠올려본다.

어느 날 우연히 아침 해가 나를 비추어
저 멀리 가야 하는 곳을 알려주었습니다.

가야 할지
빨리 갈지
천천히 갈지
아니면 주저앉을지

그러나 가야 하기에
홀로 가기 두려웠습니다.
길도 험하고 비바람도 스치고

해가 지고 달이 뜨면 별이 길 동무해주며
그리 정처 없이 달려갔지요.

새벽이 다가와 내게 말합니다.
고요함은 그저 그대에게 주는
한 가지 선물이라고

그대에게 묻습니다.
인생이란 길을 해와 달과 별이
함께 해주면 외롭지 않냐고.

소소하게 대답합니다.
그냥 말없이 지켜보는 시간이
바로 인생이라고

오늘도 해가 나를 비춥니다.

오늘은 어떤 길을 가는지 그냥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2019년 3월 12일 북경 어느 길 모퉁이에서 김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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