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장 생활칼럼
월요일이지만 어제 뜬 달 아래 마신 술이 생각나서 오늘은 이백의 시를 한번 담아보고자 한다.
모처럼 오신 손님 두 분이랑 세명에서 각각 술한병씩 들고 달 아래 지나가니 바람은 불고 꽃이 떨어지며 세상 다 가진 기분이 든 봄날에 문득 이백이 생각났다. 세 사람이 모이니 성삼인(成三人)이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월하독작(月下獨酌) 제1수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꽃들 사이 한 병의 술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홀로 따르자니 친구가 없어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을 초대하니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까지 생겨나 셋이 되었네
月旣不解飮(월기부해음)
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림자는 나만 쫓아다니는데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 함께 있으니
行樂須及春(항낙수급춘)
참으로 놀기 좋은 봄이네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我舞影零亂(아무영령난)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어지러이 춤추네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덜 취해 깨어있을 때는 즐거움을 나누고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취하면 각자 흩어지는 것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
정이 다하여 기리 놀고 싶어서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저 은하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네.
이백은 평생 주신이라 불릴 만큼 술을 즐겼다. 그리고 낭만을 노래한 최고의 신선이었다. 그의 월하 독작 두 번째를 보면 그의 담대하고 거침없는 인간의 경지를 보여주기 충분하다.
월하독작(月下獨酌) 제2수
天若不愛酒(천야부애주)
하늘이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酒星不在天(주성부재천)
술별이 하늘에 없을 터
地若不愛酒(지야부애주)
땅이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地應無酒泉(지응무주천)
땅엔 응당 술샘이 없을 터
天地旣愛酒(천지기애주)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좋아하였으니
愛酒不愧天(애주부괴천)
술을 좋아하더라도 하늘에 부끄럽지 않으리
已聞淸比聖(이문청비성)
이미 들은 바 있네 청주는 성인에 견주고
復道濁如賢(복도탁여현)
또 탁주는 현인으로 통한다는 것을
賢聖旣已飮(현성기이음)
성인과 현인을 이미 마신 마당에
何必求神仙(하필구신선)
어찌 꼭 신선이 되려 하겠는가
三杯通大道(삼배통대도)
석 잔 술이면 대도와 통하고
一斗合自然(일두합자연)
한 말 술이면 자연과 하나가 되느니
但得酒中趣(단득주중취)
취중에 함께 얻은 흥취일랑
勿爲醒者傳(물위성자전)
술 깬 사람들에게는 떠들어댈 거 없네
이 봄날 말이 필요 없다. 월요일의 시작은 상쾌하게 퇴근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성인과 현인을 한번 만나보자.
2019년 3월 25일 북경에서 어제 마신 술병을 치우며 봄바람에 웃어본다. 어제 은하수는 참으로 아름다웠구나.
1983년 중국 발행 문학가 시리즈 우표의 이백
2017년 키르키르스탄 발행 중국 문학가 우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