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모으는 남자

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장 생활 칼럼

by Kimkihoon
“수집가는 행복하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가 일찍이 수집가를 두고 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인간이 가진 독특한 영역 그것은 바로 어떤 대상을 수집하는 행동일 것이다. 인간은 내면의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취향이라는 개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우리 집에 돌을 수집하시는 김 선생이라는 분이 찾아오셨다. 중국에서 살아오신 교포로 성공한 사업가 이기도 한 김 선생은 아는 지인의 소개로 수석에 심취하고 있는 전문 수집가이다. 조금 이른 저녁 내 공간을 방문하신 김 선생은 나에게 돌을 하나 선물하셨다. 오랜 퇴적 작용을 거친 진흙석(泥石)이라고 불리는 이 돌은 언뜻 보기에는 석기시대 무슨 유물같이 생겼다. 평소에 나는 전통적인 문화를 좋아하는 터라 사물에 대한 관찰과 호기심이 매우 많은 편이다. 그러나 나보다 이십년이라는 세월을 먼저 달려오신 김 선생이 돌에 관하여 이야기를 꺼내 놓으실 때 나는 그분의 눈에서 청년정신을 느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하여 엄청난 열의와 열정을 불태우는 그런 눈빛 어떤 사람은 그것을 수집가라 부르고 어떤 사람은 그것에 미쳤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수집의 영역을 세분화하면 수백수천 권의 책을 써도 모자랄 만큼 인간은 다양한 부분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동물임에 틀림없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먹고살기 바쁘기 때문에자신의 생활 영역을 확장하지 못한다. 안정적인 생활의 굴레에서는 유무형적으로 소유와 감상의 기준이 서로 다르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겠지만 소장하는 사람은 마시기보다 아껴두는 것을 선호한다. 이것은 행동을 유추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취향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돌을 수집하시는 김 선생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돌을 수집하게 된 계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 운명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삶의 궤적에 따라 문화적 소양과 역사적 관점을 갖고 돌이 나에게로 온 것은 운명이었다고 이야기하셨다. 다양한 분야에 열심히 살아온 사업가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내가 돌을 좋아하고 연구하는 것이 오랜 세월 퇴적된 하나의 수석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김 선생을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 그리고 수집하는 과정과 감상하는 즐거움 그리고 함께 공유하는 벗들과의 교류가 매우 행복하다고 하셨다.

나는 다른 질문을 하나 하였다.

“사모님이 좋아하세요?”

대답은

“우리 와이프는 내가 하는 일에 많은 이해를 해줍니다. 그리고 간섭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부러웠다.

많은 남자들이 가정을 가지고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영역 특히 취미 생활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무엇인가를 수집한다는 것은 마누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짓는 소비 패턴을 살펴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남자는 구제를 좋아하고 여자는 신상을 좋아한다”

남자는 무엇인가 남기기 위한 본능이 있고 여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집가의 가장 큰 난관은 가족의 동의와 격려가 틀림없다. 격려까지는 아니더라도 구박을 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래된 물건 중에 하필 돌을 수집하는 이유는 그리고 또 그 돌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도중 김 선생은 자신이 궁금증을 가지는 부분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집중력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것은 비단 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수집가들이 가진 공통된 성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사람은 돌에 구멍이 뚫려 있으면 아 그냥 뚫렸나 보다 하지만 수집가에 눈에는 왜 뚫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비록 그 시작은 엉뚱하지만 그 과정은 역사와 문화 과학을 모두 담고 있는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문명의 기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선생은 요즘 자연적인 풍화작용과 혹여 수만 년 전에 살던 인류가 남기 흔적을 연구하며 석기라는 주제로 수집을 이어가고 있으시다. 그 열정과 남다른 노력을 전해 들으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간은 무언가 집중할 때 삶의 열정이라는 불꽃이 타오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적인 수집 그리고 상상력, 또 남는 궁금증과 그것을 풀기 위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인간은 엄청난 쾌락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도 수집에 대해 나름 즐거움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김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공감과 감동을 받았다.

그 과정은 옛 선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樂在其中 락재기중 - 그 가운데 즐거움이 있다.

인간은 평생 살며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며 산다. 그것이 삶의 흔적이지만 후대에는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그 즐거움을 한 번 생각해 보자

2019년 3월 24일 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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