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장 생활칼럼
내가 우표를 수집한 지가 벌써 20여 년이 다되어간다. 어린 시절 우표 수집 한번쯤 해본 경험이 있을 만한 추억인 우표수집 그 취미는 사실 지금에 나의 가장 큰 스승이자 친구이다. 중고등학교 때 우표를 사러 우체국 창구에서 줄을 서보기도 하고 우표가 나오는 날이면 하얀 봉투에 기념 도장을 찍으러 다니던 그때가 아련하다. 어머니에게 해외 출장길에 부탁드린 우표들도 있었고 용돈을 모아 산 우표는 순간의 희열이자 또 다른 신세계였다.
우표는 운명처럼 내게 다가와
내가 처음 우표 수집을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친구 집에 들른 나는 친구의 형이 수집한 우표를 보고 아 이런 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가 할아버지가 주신 동전 통을 가지고 우표 가게에 팔러 간 적이 있었다. 여러 가지 고물을 취급하는 그곳에서 나는 오랜 세월과 시대를 담은 우표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다. 수집이란 개념도 없이 소유에 의미를 두고 성취하는 기쁨을 접했으니 이는 수집의 처음 단계였다.
또 다른 의미로의 우표
사실 상당히 외로운 시절의 유년기는 나에게 우표라는 좋은 친구를 만들어주었다. 다른 아이들은 국영수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할 때 나는 외국의 우표 수집가들과 우표 교환 펜팔을 하며 스스로 영어와 역사 문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에 의해서 공부를 했으니 그 재미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어찌 보면 민감한 사춘기 시기에 스스로의 고민과 부침을 미국의 90살 할아버지와 펜팔을 하며 털어놓기도 하고 스위스에 마흔 살 먹은 아저씨와 짧은 영어 실력으로 사전을 찾아가며 이야기를 하면서 네덜란드의 어느 대학교수와는 문화와 인간에 대해 편지했던 그 시절 우리나라 우표와 내가 남는 우표를 서로 교환하다 보면 내 손에는 엄청난 양의 우표가 모일 수 있었다. 학교에서 하교하면 다른 아이들은 학원에 갈 때 나는 우리 집 우체통에 가서 세계의 뉴스를 접하고 우표 한 뭉치를 얻을 수 있었다.
한번 파고들면 끝장을 보는 성격
우표를 모으다 보면 한 가지 부딪치는 순간이 온다. 이것을 수집과 소유에만 몰두할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 학문적인 연구와 독창적인 컬렉션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물음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공예와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박물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수많은 미술품과 유물들 사이에서 나도 저런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나 꿈은 창대하게 현실은 소박하게라고 했던가. 나는 그때부터 세계의 공예품이라는 주제로 우표 수집을 했다. 각국의 민속공예와 유물 국보들을 수집 연구하다 보면 밤을 새우는지도 몰랐다. 수집하는 재미와 정리하는 재미, 연구하여 감상하는 삼박자를 깨우치고 나서 나는 우표 수집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재화의 가치를 알게 해 준 우표
세상에는 수많은 재화의 가치가 있다. 골동품이나 미술품 부자들은 현금이 아닌 예술품에 가치를 두고 그것에 투자하곤 한다. 우표도 마찬가지로 따지면 물방울 다이아몬드보다 무게면으로는 재일 가벼운 보석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를 다니면서 우표를 수집 거래하면서 재화의 가치를 알게 된 나는 갓 스무 살이던 시절 유럽에서 우표를 사다 중국 북경에 와서 팔고 그 돈으로 청도에서 배로 참깨를 사다 한국에 팔았다. 일명 보따리 장사를 우표로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국제적으로 삼각무역을 한 셈이다. 투자의 가치는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에 우표는 그 한가운데에서 나를 만든 경제적 스승이었다.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퍼즐! 우표!
미국의 전설적인 정치가이자 제2차 세계대전과 경제공황을 이겨낸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1882-1945)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겼다.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우표에서 배운 것이 더 많다.”
그도 그런 것이 소아마비를 앓았던 그의 어린 시절 유일한 취미는 우표 수집이었고 인터넷이 없었던 그 당시에는 우표는 살아있는 역사와 세계의 정보 통신의 상징이었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외국 정상과 외교적인 자리에서 상대국의 우표 한 장과 그 나라 지도자의 싸인을 수집했으니 우표는 말 그대로 발 없는 외교관이나 다름없었다.
나 또한 우표를 통해 엄청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외국 사람들과 만나도 자연스레 우표를 통해 알게 된 그 나라의 정보를 통하여 사교적인 교류의 장을 만들 수 있었다.
나와 우표
아마 나는 앞으로도 우표를 수집할 거 같다. 좋은 점이 많은 우표수집이 나에게 준 큰 영광은 나의 인생에 있어 상징성을 만들어 냈고 또다시 즐거움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우표 수집을 하며 알게 된 좋은 친구들과 인연에 감사하며 우표 한장 다시 바라본다.
2019년 3월 29일 북경에서
1840년 영국에서 발행된 세계 최초우표 패니블랙(Penny black)과 팬스 블루(Pence blue)우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