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愛之重之)

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장 생활 칼럼

by Kimkihoon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의 속성에 대해 파악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흐른다. 개인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있어 뭔가 특별한 것을 찾길 원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이나 욕구에 따라 구체화되어 취미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이 인간과 동물 그리고 인간과 기계가 다른 하나의 차이점이다. 스스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그런 인간

어제부터 나는 봄을 맞이하여 집안의 물건들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춘하추동 날씨의 변화만큼이나 물건들의 쓰임이 다르기 때문에 한번 뒤집어엎고 나면 속이 개운하다. 평소에 쌓아둔 쓰지 않는 물건들도 정리하고 나름의 기준에 따라 다시 정돈된 물건들을 보면 행복해진다. 아마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공간의 구조와 인간의 물건들이 어떤 패턴에 따라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인간은 욕심이 많은 동물 이기에 때로는 과분한 욕심으로 인하여 물건들에 눌리는 업보를 짊어지기도 한다. 개인의 취향이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퇴적물이 엄청난 의무를 주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정리정돈과 관리의 의무이다.

어렸을 적부터 정리정돈을 몸소 실천하신 조부님의 영향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자신의 물건에 대한 정리정돈의 중요성을 심히 깊게 깨우친지라 나의 일상은 정리와 정돈의 연속이다. 물건이 많은 관계로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면 내가 왜 이리 많은 물건들 속에서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친구의 이야기가 나의 귀를 울릴 때가 있었다.

“다 부질없다.”

나이도 어린 친구가 이런 말을 하니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생각났다. 그러나 진정한 무소유란 비우는 것이 아니라 채운 뒤에 비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가지지 않으면 그것은 무소유가 아니라 무가치이기 때문이다. 가치를 두는 일과 의미가 있는 물건은 인간에게 있어 책임과 의무라는 업을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가진 물건들은 재화의 가치를 떠나 내가 아끼고 사랑하며 즐기고 감상하는 문명의 흔적들이기 때문이다.

“코에서 코딱지가 나오니까 코다.”

수북이 쌓이는 먼지들이 원망스럽지 않은 건 세월의 흔적이 쌓이는 고적함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순환한다. 어떤 물건이 나에게 올 때에는 인연이라는 운명이 있다. 그러나 주인을 잘 만난 물건은 그 가치를 발하며 그 물건을 아끼고 보살피다 보면 문화라는 취향의 가치가 생긴다. 새로 오신 도우미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오셔서 처음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두렵다 청소하다 물건을 깨트릴까 봐”

우리말 중에 애지중지하는 말이 있다. 물론 사랑하고 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말의 진정한 뜻은 그 대상을 정한 사람의 마음 가짐에 있다. 집착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애착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은 사람마다 그 가치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사물을 두고 사유하는 것과 사유하는 것에 대하여 사고하는 묘미는 매우 철학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사랑하고 중한 것은 내가 정하는 바이고 그것을 얼마나 아끼고 보살피는 것 또한 그 사람의 정리와 정돈이라는 숙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물건도 잘 정리 정돈된 부지런함 속에서 그 주인을 기다린다.

오늘도 그 애지중지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2019년 3월 28일 북경에서

사족 : 잘 정리 정돈된 곳에서 애지중지한 물건을 함께 감상하는 친구를 우리는 지음(知音)이라 한다. 그래서 물건도 사람도 모두 중요하다.






2016년 한국 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우표 한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재를 담은 디자인 이처럼 문화는 물건의 세월을 대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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