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장 생활칼럼
문방사우 - 제1편 벼루 이야기
“아담한 벼루에 그윽한 먹을 갈아 붓으로 춤을 추고 스며드는 종이에 역사를 남긴다.”
어제는 좋은 벼루를 얻은 기념으로 주변 친구들을 초대하여 감상하며 거하게 회포를 풀었다. 한 친구는 동양화를 하는 친구이고 또 한 친구는 요리를 하고 나머지 한 친구는 회사에서 재무관리를 한다. 그렇게 넷이서 일 년에 한 번 있는 중국 문방사우 전람회를 다녀왔다. 매년 삼월의 마지막 주에 열리는 이 행사는 그 넓은 중국의 문인 묵객들이 비상금 털어서 모이는 행사다. 나도 그동안 모아논 비상금을 가지고 당당히 전람회에 다녀왔다. 그리고 아름다운 노획물들을 가지고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왜 좋을까?”
“심장이 뛰고 두 눈에 동공은 커지고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촉감은 가히 이루 말할 수 없어라”
좋은 벼루를 구하면 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벼루를 수집한 지 벌써 십 년이 다되어간다. 우표 수집도 하고 그림도 모으고 벼루도 모으면 그 돈이 다 어디서 나냐고 물어본다면 나도 모르겠다. 그냥 돈이 생기면 쓴다. 좋아하는 것에 그리고 후회가 없다. 간단한 이치이다. 그러나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번다. 자연히 돈은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좋아하는 것이 없으면 돈 버는 수고 따위는 없을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벼루는 인류가 문명을 탄생시키며 만든 가장 지적이고 아름다운 발명품이다. 먹과 함께 그 은은한 향을 풍기며 오랜 세월 문인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중국에는 그 역사와 전통이 유구하여 수많은 이름 있는 벼루가 있으나 간단하게 소개해보면 사대명연(四代名砚)이 있다.
“문인(文人)의 온화한 품성 단계연(端砚)”
단계연은 광동성(广东省)일대에서 나오는 벼루로 그 고운 빛깔과 온화한 석질로 예로부터 최고의 명품으로 사랑받아왔다. 그것도 그런 것이 이 지역은 기후가 온화하고 산세가 원만하여 물밑에 침적된 진흙 성분이 수많은 세월의 침전으로 만들어진 과학적인 원리를 담고 있다.
“무인(武人)의 기질을 닮은 흡주연(歙砚)”
중국 안휘성(安徽省)에서 생산되는 흡주연은 검은 무사의 기골 있는 풍모로 천하의 묵객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 문양 또한 용의 비늘을 닮은 것과 물결무늬 밤하늘의 별과 자욱한 안개 같은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을 닮았다. 황산의 소나무 같이 독야청청한 자태을 뽐낸다.
“아름다운 예인(艺人)을 닮은 조연(逃砚)”
녹색 자색 황색과 지층이 뒤틀리면서 만들어낸 천상의 물결이 서려있는 조연은 아름다운 예인을 닮았다. 그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벼루는 옛 황제의 주위에서 예술을 뽐냈던 예인들처럼 타고난 자태를 뽐낸다.
“ 장인(丈人)의 숨결 등니연(澄泥砚)”
중국 최고의 황제로 불린 건륭황제가 최고로 사랑했던 등니연은 황하강에서 비단 주머니에 담가 수년 동안 채집한 진흙을 고운 채에 스무 번 걸러 구워서 만들어낸 벼루이다. 그 장인의 숨결로 구워진 벼루의 자태는 황제도 반하여 곁에 두고 사랑했다.
이름난 벼루는 제 각기 그에 어울리는 감동이 있으니 이는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하늘과 땅과 인간이 복 받은 조화로 이뤄진 인연일 것이다.
어제 구한 벼루를 놓고 차와 술을 대하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니 이백은 울고 가고 소동파는 날아가네. 내 어찌 벼루에 먹을 갈고 붓을 들어 이 날을 기억하지 않겠느냐”
회미무긍(回味无穷)
그 맛이 돌고 돌아 무궁무진하다.
2019년 3월 31일 북경에서
사족: 요리사인 후배는 문방사우 전람회를 다녀오고 나서 붓의 즐거움을 알아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선물한 벼루와 먹과 붓 그리고 종이의 즐거움을 차차 즐기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 즐거움은 나누는 데 있는 것 갔다.
2006년 발행 중국의 문방사우 우표 시리즈의 벼루 우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