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장 생활 칼럼
“콩은 콩인데 사람이 만든 정성이 담긴 콩”
엄밀히 말하면 장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 이는 한국인의 특성이다. 돼지고기 삶아서 숭숭, 갓 무친 김치에 잡곡밥 상추에 깻잎 얼얼한 땡고추 하나 된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은 천하일품이다.
우리 민족에게 콩은 매우 중요한 작물이었다. 내가 즐겨보는 최불암 씨가 진행하는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제일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장이다. 문득 아침에 일어나 청국장이 먹고 싶어 운남에서 공수해온 호투이(돼지 다리 말린 것)를 조막으로 썰어 볶고 냉장고에 남은 야채들을 모조리 집합시켜 일렬로 썰어낸 후 냄비에 넣어서 밥 안치고 남은 쌀뜨물을 부어 청국장과 된장을 반반 섞어 끓여 낸다. 냄비에서 올라오는 향내는 가히 사람을 잡을만한 유혹을 불러온다. 청양고추를 다져 넣고 마무리를 하면 찬밥이든 더운밥이든 위장을 채우고도 긴 한숨을 짓게 만든다.
“아이고 너무 많이 먹었어 너무 맛있어서”
맛있는걸 어찌하니 다이어트는 우리말로 내일부터라는데 이처럼 한국인에게 있어 국과 찌게의 주재료인 장은 부재료를 통합시켜 감칠맛을 극대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어릴 적 시골살이를 할 때 본 장독대의 풍경은 아주 그윽한 추억이다.
장이 읶어가는 세월
삼월에 피는 매와 가지 아래
떨어지는 꽃잎은 장독대의 신부요
사월에 피는 복사꽃은
장을 탐하는 노랫소리
오월에 맑은 하늘은
그 맛을 찾아온 객이요
유월의 청포도는 새콤한
새댁이 푸는 향기
칠월의 소낙비
물오른 제비의 날개라
팔월의 더위는
시냇물이 식혀주고
구월의 한가위는 어머니의
된장 바른 너비아니
시월을 단풍은
붉게 물든 고추장
십일월의 서리는
장독대 국화에 맺히고
십이월의 동지는
할머니의 새알심
다시 일월이면 눈 내린
장독 위로 물소리 들리네
이월에 장독 씻어
정월장에 다시 바라본다.
그냥 봄이라 사람들은 입맛도 없다는데 간장 된장 고추장 맛 좀 봐야겠다. 나는 입맛이 항상 있다.
2019년 4월 8일 북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