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생활칼럼
북경에서 정착한 지 벌써 십이년이 흘렀다. 중국에 온지는 햇수로는 20년이 다되었으니 이제는 인생의 반을 중국과 함께 살아온 것 같다. 중국이 머가 그리 좋은지 물어보면 항상 문화와 예술이 좋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먹거리 또한 늘어나는 체중을 대변하는 산 증인이기도 하다. 중국사람들에게 먹는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기쁨이다. 먹거리의 문화가 발달한 것은 문명의 발달이기도 하지만 식재료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하나의 도구이기도 하다. 북경오리는 그런 내게 있어 매우 친숙하고 정겨운 요리이다. 그 역사는 북경의 역사와도 함께하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오리 껍질을 굵은 설탕 찍어 베어물면 그 맛은 가히 천하일품이다.
북경오리는 한자로는 괘로압자라고 한다. 북경지역 사람들은 예로부터 오리를 귀하게 여기고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영양소로 오리를 고급 요리로 생각했다. 북경인들에게 카오야(오리구이)는 행복감을 나타내는 상징이자 추억이다.
북경오리구이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리는 생후 일 년이 되지 않은 것이 제일 맛있으며 오리의 목의 동맥을 잘라 피를 빼고 털을 깨끗이 뽑은 다음, 날개 밑을 칼로 조금 자르고 배를 누르면서 손가락으로 모이 주머니를 잡아당기면 모든 내장이 함께 딸려 나온다. 내장을 뺀 오리를 깨끗이 씻고 산초와 소금을 뒤로 넣어서 상하 좌우로 잘 흔들어 뱃속에 골고루 퍼지도록 한다. 생강은 곱게 다지고 파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갈색이 되도록 기름으로 볶아 뱃속에 넣고 항문에 꼬챙이로 꽂아놓는다. 이때 흑설탕을 넣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흑설탕이 구워지머 캐러멜 역할을 하여 오리가 노릇노릇하게 보인다.
오리의 겉껍질과 살 사이에 통대를 끼우고 입으로 불면 공기가 들어가 고무풍선같이 부푼다. 배나 등을 손바닥으로 치면 공기가 전신에 퍼져 보기 좋게 부푼다. 때 목덜미를 끈으로 단단히 매고 머리를 잘라 버린 다음, 고리에 걸어 화통인 과루(掛爐)에 넣어 굽는다. 구울 때는 사과나무가 향이 좋으며 1시간쯤 구우면 표면이 노르스름한 색이 되면서 고기가 익어 탄력이 생기게 되므로 이때 꺼내어 참기름과 흑설탕을 녹인 물을 두른 솥에 몸 전체에 골고루 발라서 그대로 걸어둔다. 식탁에 낼 때에는 채 썬 파와 첨면장(달콤한 춘장 소스) 사오빙(燒餠)을 담아 같이 내놓는다. 밀가루 전병에 파와 구운 오리 첨면장 소스를 같이 싸 먹으면 그 맛이 매우 훌륭하다.
북경에 오는 손님에게 대접하는 대표적인 요리이지만 중국인들에게 있어 특히 북경인들에게 있어 북경오리는 그런 향수이자 풍족한 여유의 음식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붕이자원방래 불역열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멀리서 친구가 오는데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북경의 추억과 벗을 생각해보는 하루이다.
2019년 4월 12일 북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