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미친놈 - 화광인(畫狂人)

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생활칼럼

by Kimkihoon

일본 미술을 수집하면서 그 원류를 들여다보면 한중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문화란 흘러서 돌고도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내가 한중일의 미술사를 연구하며 스스로 되물어 보는 질문은 바로 미워하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애증에 있다. 어제 세계 무역기구에서 일본이 한국에게 무역분쟁 조정에 있어 역전패를 당했다. 후쿠시마에서 나는 수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안전에 있어서 자국의 조치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의 그런 생떼가 애처롭기도 하다. 한국을 얼마나 질투하고 애증 하는지 반문한다. 나는 일본 그림을 수입해서 소장하고 연구하지만 일본이 지켜온 문화적 자부심은 우리가 이해해야 할 또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문명의 수준과 품격을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득 일본 회화 작품을 정리하다. 그림에 미친 사람인 화광인 호쿠사이(葛飾北斎)를 발견했다. 원래 그의 그림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았으나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그의 작품에 마치 변화무쌍한 프랑스 와인의 마술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일본 요릿집에 가면 벽에 붙어있는 우끼요에의 대명사인 호쿠사이의 파도 그림은 알고 보면 거의 쓰나미급에 가깝다. 그런 인생의 강력한 열정이 있는 호쿠사이는 꽤 재미있는 연구 대상이다.

가츠시카 호쿠사이는 1760년에 도쿄에서 태어났다. 열네 살의 나이에 목판화가의 도제로, 미술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당시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우키요에'(浮世繪) 양식의 목판화 대가인 가쓰카와 순쇼의 공방에 들어갔다. 밝은 색채와 장식성으로 유명한 '우키요에'는 동물과 새, 풍경 외에 배우와 고급 매춘부, 씨름꾼 같은 사회적으로 신분이 낮은 사람들을 묘사한 그림으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런 것이 소탈한 서민들의 삶을 담은 것은 우리나라도 조선 후기 풍속화가 유행한 것과 매우 흡사하다.

호쿠사이는 순쇼 밑에서 19년을 보냈다. 그는 이 시기를 자신의 미술이 발전하는 데 있어 진정한 영감을 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1795년에 호쿠사이는 순쇼의 공방을 떠나 다와라야 화파에 들어갔으며 그곳에서 그는 삽화와 달력을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을 그린 '미인도' 연작을 제작했다. 그는 1798년에 독립했고, 이 시기에 서양, 중국, 조선, 일본의 영향을 절충하여 자신의 '우키요에' 양식의 그림을 발전시켰다. 특히 조선의 민화들과 중국의 풍경화들은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나의 회화길 책에는 호쿠사이 활동기의 한중일 미술 분석을 보면 그 연관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1820년까지 호쿠사이는 일본에서 상당한 수준의 성공을 이루어냈다. 말년에 그는 그의 가장 유명한 연작 판화 '후지산의 36경'(1831)을 제작했다. 모두 46점의 채색 판화로 구성된 '후지산의 36경'은 호쿠사이의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사실적인 세부묘사와 상상의 풍경이 결합된 그의 전성기 양식의 극치다. 호쿠사이는 죽기 직전까지 작업을 계속했다.

“삼라만상을 그리는 것이 내 꿈이다!”

가쓰시카 호쿠사이는 사실 괴짜스러운 미술가였다. 그는 70세 이후로 자신의 작품이 나아졌고, 70세 이전에 제작한 작품들은 모두 미술적인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대기만성(大器晚成)이라고 믿었던 그는 89세에 죽는 것을 몹시 한스러워했다. 임종할 때 그는 자신에게 5년만 더 주어진다면 진정한 미술가로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30세나 그 이상까지 사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그 나이라면 붓으로 그리는 모든 것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호쿠사이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그 상태로도, 생전에 많은 호평을 받았다. 재물이나 다른 것에는 욕심이 없었고 오직 그림에 미쳐서 사는 것을 낙으로 생각했다.

평소 푸성귀 나물을 즐겨 먹었고 수십 번 이사를 다녔으며 성격이 호탕하고 소박하여 보는 이들이 즐거워했다. 아이처럼 호기심이 많았고 보는 것을 그리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림에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좋아했다.

사람이 늙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다. 그러나 정신이 늙는 것은 한스러운 일이다. 호쿠사이의 그림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열정은 식는 것이 아니라 향으로 남는 것이다.”

나도 그런 삶이 부럽다.

2019년 4월 13일 북경에서


2015년 프랑스 발행 세계명화 우표 시리즈

호쿠사이의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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