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知音)을 찾아서

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 장 칼럼

by Kimkihoon

오늘은 옛날이야기로 시작해 보려 한다.

옛날 중국에 어느 큰 부자가 있었다. 이 부자는 평소에 차마시기를 좋아하여 천하의 좋은 차와 차 주전자를 모으며 풍류를 즐기는데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라도 신분에 차이 없이 차를 대접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우 행색이 미천한 어느 거지가 찾아와 차 한잔을 구했다. 그러자 그 집 하인이 그 거지의 몰골을 보고 내 쫒으려 하자 거지가 말하기를 차 한잔에 풍류를 안다고하여 찾아왔건만 어찌 문전 박대하시오 라고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던 와중에 부자가 이를 보고 차 한잔을 내어 주라고 시켰다. 명색이 차에 있어서는 관대한 부자였다. 차를 한잔 얻어마신 거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부자가 물었다.

“차 맛이 어떻소?”

거지가 대답하기를

“차는 좋은데 물이 틀렸소”

부자가 차를 한잔 들어보니 말 그대로 하인이 평소에 차 우리는 물이 아닌 다른 물로 우린 것이었다. 물 맛을 아는 것에 놀란 부자는 하인에게 차를 다시 우리라고 시켰다.

“자 이제 들어 보시오 어떻소?”

“허허 물은 좋은데 물 끓이는 땔감이 틀렸소”

그도 그런 것이 차 우리는 땔깜이 비에 젖어 유난히 그름이 많이 생겼다. 부자는 최고 좋은 땔깜은 꺼내와 차를 다시 우렸다. 그리고 다시 차 한잔을 내었다.

“자 이제 드시오 어떻소?”

거지가 말하기를

“식전에 차를 너무 많이 마시니 속이 쓰려 못 마시겠소”

부자는 거지가 차에 대해 아는 것이 박식하고 행색은 초라하지만 고집이 있는 것을 보고는 의복과 식사를 제공하며 대접했다. 그리고 다시 차를 우려 물어봤다.

“자 이제 어떻시오?”

거지가 답하기를

“차도 좋고 물도 좋고 땔감도 좋고 주인장도 좋은데 한 가지 아쉽다면. 차 우리는 주전자가 아쉽소”

부자는 깜짝 놀라며 자기 차 우리는 주전자는 엄청 비싼 거라고 화를 냈다. 그러자 거지는 공손히 대답하며

“가격이 차 맛을 좌우하면 누가 여기 와서 차 마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소? 차는 각기 어울리는 주전자가 있는데 지금 주인장은 여러 차를 한 가지 주전자에만 우리고 있지 않소? 물도 바꾸고 땔감도 바꾸고 밥도 먹었으니 차 우리는 주전자도 어울리는 차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혹시 집에 이런 이런 차가 있으시오?”

부자는 한 번 더 놀라며 자신이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차를 꼭 찝어 이야기하는 거지가 신기했다. 차를 내오자 거지는 품 안에서 작은 주전자 하나를 꺼내 차를 우렸다. 그 주전자는 매우 소박하나 차를 우리자 맛은 천하일품이었다. 부자는 억만금을 준다 하고 그 주전자를 얻으려 했다. 그러나 거지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주전자라 동냥을 해도 절대 팔지 않는 물건이고 억만금을 얻어 부자가 되어도 팔지 않아 내가 거지꼴로 사는 이유가 이 주전자에 있다고 했다. 부자는 몸이 달아서 거지에게 매달리며 그럼 팔지 말고 자신의 집에 기거하며 그 주전자에 하루에 한 번씩만 차를 우려 달라고 했다. 그러자 거지도 막쌍 갈 데도 없고 숙식도 해결할 겸 부잣집에 눌러 않게 되었다.

세월은 흘러 10년이란 시간이 지나 그 둘은 차를 나누는 동무로 더없이 정이 들었다. 그러나 거지는 늙어서 죽을 날을 며칠 앞두고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주전자를 부자에게 건네며 이런 유언을 남겼다.

“내 그대와 차를 나눌 수 있어 행복했소! 내가 가도 그대와 차마 시던 기쁨을 잊을 수 없으니 부디 건강하시오 인연은 역시 천리 밖에서도 찾아오나 봅니다. 내가 십 년 전 천리를 걸어 동냥하며 그대가 차를 안다하여 찾아온 것이 정말 잘한 일이었소”라고하며 눈을 감았다. 부자는 자신이 처음 그리 원했던 주전자를 얻었지만 기쁘지 않았고 거지가 떠난 후 차맛도 그 향을 잃었다. 부자는 양지바른 곳에 거지를 묻고 다시 그 앞에 그 주전자를 묻어주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내 말을 알아주고 기쁨을 같이 나누며 세월을 함께 보낸 벗이 떠나갔는데 천하의 명차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물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같이 나누던 사람이 중요했구나!” 라며 탄식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삶은 유한하다. 모든 것은 살아가는 기쁨을 그 누군가와 나누길 원한다. 부자와 거지가 차맛을 두고 시간을 보냈듯 내가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두고 서로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벗이 있다면 그 인생은 참으로 헛되지 않을 것이다.

미세먼지에 괴로운 환경이지만 다정히 차 우려 그 시선을 인간의 대화로 잠시 쉬어 간다면 바람에 날아갈 그 먼지들은 순간의 고통일 것이다.

오늘 누군가 인생의 맛을 함께할 벗을 찾아보자!

有緣千里來相會 無緣對面不相逢
유연천리래상회 무연대면무상봉
연이 있으면 천리를 달려와서라도 만나고
연이 없으면 앞에 두고도 찾지 못한다.
-한비자-


2019년 3월 6일 북경에서 차 같이 마실 벗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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