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우표 생활 칼럼
사람은 누구나 접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을 느낀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과 같아서 그 문 밖 무슨 세계가 있을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많이 배운 사람은 원초적인 것에 더 관심이 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배움에 항상 갈증을 느낀다. 다만 그것이 얻을 수 있는지 아닌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봄의 늦은 어느 오월의 하루 휘날리는 꽃가루가 왠지 성가시지만 푸른 하늘의 시원한 공기 그 유혹은 나를 밖으로 안내한다. 전동차 타고 달리는 봄은 남다른 베이징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기다리는 사람은 없을지라도 달리는 마음은 이미 저만치 가있다.
길 모퉁이를 돌아서 지나치는 순간 멈춰있는 정지 화면처럼 눈이 마주쳤다. 그 장면은 흡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마음 한 곳에 남아있던 옛사랑에 대한 추억이자 아련함이었다.
그 이름 흑순
모든 운명은 그 시간을 거슬러 올라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운명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했던가? 잃어버린 내 애견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법처럼 그 순간의 마주침이 나를 멈춰 서게 했다. 개장수의 우리 안의 초롱한 눈망울 그 무언의 눈빛은 나를 끌어당겼고 멈춰진 발걸음은 운명의 자석처럼 흡착한 눈길을 어쩌지 못했다.
“아저씨 이 강아지 얼마예요?”
“2600위안(50만 원)”
“와 엄청 비싸다.”
평소 가격을 가지고 흥정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왠지 모르는 지름신이 방문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일단 강아지의 품정을 물어봤다.
“프렌치 불도그”
브리짓도 바르도가 그렇게 사랑했다던 그 개를 나는 예부터 동경해온 품종이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개와 사람은 오랜 친구로 인연이 있어야 만난다고 했던가? 그 애처로운 눈빛은 내 손을 자연히 내밀게 했고 그 초롱한 표정의 무언가는 내 손가락을 키스했다.
“운명이란 말인가?”
그러나 나는 잠시 체념하고 생각을 수습하여 그 개장수 아저씨와 메신저 친구 추가를 하고 서둘러 장소를 옮겼다. 공원에 도착한 나는 원래 봄의 정취를 만끽하려던 의도는 언대 간데없고 방금 지나친 그 강아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메신저는 그렇게 공원의 한 자락에서 대화를 만들어 갔다.
“아저씨 강아지 쫌 저렴한 것 없나요?”
“얼마대의 가격을 원해요?”
“1000위안(17만 원 정도) 이하요”
“그 가격대는 프렌치 불도그는 무리예요”
“아 그래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나는 갯값을 흥정하는 내 모습이 너무 웃겼다. 그래서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아저씨 그냥 그 강아지 저한테 1000원에 주세요. 제가 그림이나 글씨 작품 하나 드릴게요.”
“아니 무슨 뜬금없는 그림? 난 무식해서 그림이나 글씨 모르는데 무슨 개 값으로 그런 걸 준단말이요?”
“저도 그러실 줄은 알았지만 제가 그린 난초 하나 드리 테니 그 강아지 저주세요!”
무슨 당당함인 모르겠지만 내 그림이 무슨 백지 수표나 되는 듯하듯 개장수 아저씨에게 빅딜을 제시했다.
그런데 의외로 아저씨의 대답이 명언이었다.
“그래요 나도 글씨는 무식해서 모르니까 난초 하나 벽에 걸어 키워보고 예술가 청년은 우리 집 개 데려다 잘 키워바요!
협상 종결
나는 집에 가서 난초 그림 한 장 챙겨서 순간이동으로 달려갔다.
“내가 개장수 이십 년인데 갯값으로 그림을 주는 양반은 처음이네 허허허”
“아저씨 돈보다 의미가 좋잖아요. 근데 이 강아지 간강 하죠?”
“물론 건강하죠. 문제 있으면 메신저 해요. 허긴 나도 이 그림 걸어두면 백 년 뒤에나 빛을 보려나? 그런데 먼 그림이 이리 담담 혀? 쪽파 같은데?”
“아저씨 무슨 말씀을..... ㅋㅋㅋ”
나는 돈으로 엮어지는 그런 관계보다 예술적인 운명의 무엇인가 재미있는 그런 관계를 원했던 것이다. 개와 난초가 서로 바뀌었으니 향기는 미소로 귀여움은 새로운 친구 한 사람 사귀었으니 인연이란 참 신기한 영화의 한 장면이다.
그날부터 우리 집에 온 프렌치 불도그의 공주님 또순이는 내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다.
참 재미있다. 사는 게!
2019년 5월 6일 북경에서
사족 : 근데 개는 주인을 닮는다 했던가?
몸매나 식성이나ㅠㅠ! 웃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