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생활칼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마법에 걸린 것처럼 이상하다. 하는 일은 순조롭고 마음이 편안하며 사람을 만나면 미소를 짓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운명이란 저절로 온 것 같지만 오랫동안 기다린 인연이고 만남의 기쁨이란 헤어짐의 아쉬움을 동반한 날씨 같다. 그래서 하루가 남달리 느껴지는 이유는 형용할 수 없는 꿈이자 현실이다. 운명처럼 다가온 나의 인생은 스스로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다.
오 년 전 우연히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처음 만난 시점부터 줄 곳 한국음식을 좋아하여 한국 식당을 하는 회사를 차렸는데 사업을 하며 나에게 많은 음식의 자문을 구해온 친구다. 나는 음식으로 사업할 생각은 없지만 주변에 음식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는 것이 왠지 기분 좋은 생각이 들곤 한다. 과거에 내가 북경티비에 출연한 것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 발견한 재미였고 마찬가지로 운명의 만남은 때때로 묘한 희열을 준다. 그래서 어제는 삼고초려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식당에 새로운 메뉴 개발을 도와주기 위해 나의 요리 제자이자 중국에서 요리 공부를 하는 후배를 데리고 한 시간을 달려갔다.
문득 드는 생각이 내가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이 친구에게도 많은 소중한 경험과 깨닮음을 주기 위한 시간이자 모든 인연의 발효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얻어지는 일은 쉽게 잊히고 쉽게 생각한 인연은 쉽게 잊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침 중국에서 공부하는 요리 후배의 일도 후원할 겸 내가 가진 기술을 전수하여 식당의 관리를 한 달 동안 맞게 하는 계획을 만들었다. 아홉 가지 반찬과 세 가지 장이 주변 사람들의 눈을 휘둥글 하게 만들었고 나와 제자의 숙련된 솜씨에 사람들은 경의를 표하였다.
“왜 진작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저렇게 쉽게 만드는데 우리는 왜 못 만들었을까?”
“진작 도와줄게 아니라 지금에서 도와주는 것이 절묘한 타이밍이다. 쉽게 보이나 어려운 것은 쉽게 만드는 어려운 요리이다. 값비싼 재료로 값비싼 요리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흔한 재료로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 실력이다.”
후배와 친구 모두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재주는 내가 부릴 테니 떡은 네가 받아먹어라”
사람의 인연과 그 만남의 조화로운 운명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나 일상에 항상 존재하며 남달리 느껴질 때 빛을 발한다.
친구와 후배 그리고 동생을 대리고 밥을 먹고 집에 오자 중국의 유명 평면설계사인 형님이 호출을 했다.
“니 형수 여행 갔으니 집에 놀러 와서 한잔하자”
몸은 무거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형님의 집으로 향하는데 또 다른 형님이 생각났다. 이 형님 또한 한 예술하시는 분이었다. 문득 두 사람은 우리 동네의 인물들인데 서로 모르는 게 이상하여 우스게 소리로 인물은 하늘이 점지해주고 만남은 그때가 있다고 이야기하니 모두 미소를 지었다. 형님들과 모여 즐거운 번개 모임을 가지니 시간은 이미 삼경을 지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미리 예약하고 만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도 하지만 정말 친한 사이라면 어릴 적 동네에서 지나가다 들리는 친구 집 같은 풋풋한 감성의 즉흥적인 만남을 더 좋아한다. 그래야 인위적이지 않은 인연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형님 집에는 갖가지 악기들이 많았고 누구라도 말도 안 했는데 모여 반주를 맞추어 즐기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즉흥적인 연주가 머무는 매력이 있는 이유는 그 운명적인 기다림이 있는 희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바탕 놀고 나니 달은 어느덧 이백의 시처럼 휘영청 흥을 비추고 있었다.
“특별해 보이나 특별할 것이 없고 쉬워 보이나 어렵지 않은 그러나 소중한 인연과 운명 “
그 행복한 하루를 되새기면서 미소 지어 보인다.
그리고 감사해본다.
2019년 5월 16일 북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