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생활칼럼
일을 하면 모든 정신을 집중하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설렁설렁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일은 확실이 하는데 남을 도와주는 일은 대충 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 일도 잘 못하면서 남의 일에 참견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는 착한 이도 있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은 노동이며 보람을 느끼는 것 또한 자기만족이며 대가 없이 수고하는 것은 우리는 자원봉사라 한다. 세상을 살아가며 혼자서는 하지 못하는 일이 참 많고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더 순조로운 이치이다. 일은 거들면 수고는 반이 되고 그 기쁨은 나누면 복이 배가되니 인간 세상의 이치는 당연하면서도 행하기 어렵다.
옛날 진평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이 진평이라는 사람은 주위에 항상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는 학자이자 문인이며 올바른 선비였다. 하루는 진평이 어느 잔치집에 가서 술을 마시는데 건너편 손님 중에 돈이 아주 많은 황부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부자는 시장의 물건을 매점매석하여 큰 부자가 되었는데 세상의 모든 돈을 다 긁어모은 듯이 아주 오만하고 불손한 인물이었다.
진평이 시류에 흥이 올라 시 한 편을 지어 주인에게 건넸다.
사람이 모여 흥을 돋우니
만사가 시름이 없고
세월은 오늘에 이르러
복을 내리는구나
사슴이 들판에서 풀을 뜯으면
풀이 사슴을 기다린 세월을
아낌없이 주고서 덕을 쌓아라
세상에 널린 것이 풀이건만
뜯어주는 사슴 또한 귀한 인연이네
잔치에 흥이 올라 춤을 추면은
베푼 은혜 생각하며 감사하노라
이 시를 들은 황부자는 자기도 시를 한편 읊었다.
물이 흐르면 둑을 쌓아서
땅이 넓으면 길을 막아서
오고 가는 사람을 받아들이면
여기저기 들어온 물물들이
잔치 벌이네
돈이 구르면 만사가 좋고
내게 오면은 더욱 기쁘네
풀은 스스로 자랐지만
그 땅은 내 땅이어서
사슴이 들어오면 내가 잡으리
가져서 기쁜 것은
복이 아닌가?
진평은 이 시가 매우 불쾌했다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서 흥을 잃었다. 평소에 사람의 욕심을 멀리하고 나누며 사는 기쁨을 알았던 진평은 그렇게 잔치를 떠나며 한숨을 지었다.
진평은 평소에 사람들에게 뽕을 따서 누애를 치는 법이라던지 농사에 필요한 지식들을 아낌없이 베풀며 사람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자신의 재산도 나누어 가뭄에는 구휼미를 돌리고 자신은 옷을 기워 입으며 검소한 삶을 살았다. 얼마 후 이웃나라에서 쳐들어와 나라가 발칵 뒤집히는 일이 생겼다. 그런데 전쟁통에 부자는 물자들을 매점매석해서 큰돈을 벌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고리대금까지 놔서 민심이 흉흉하게 이르렀다. 부자는 그런 부패한 왕실과 결탁하여 농간을 부렸다. 이런 나라가 희망이 있을 리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이웃나라 왕은 현명하기로 유명했는데 그런 소식을 듣고 나라와 백성들을 키우고자 했다. 부패한 왕실은 연전연패를 했고 결국 이웃나라 현왕이 나라를 통합하기 이른다. 왕은 가장 먼저 한일이 민심을 살피는 일이었다. 왕은 시장에 나가 지나가는 백성에게 물었다.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이 가진 자와 가장 지혜로운 자가 누구인가?”
백성이 답하기를
“돈은 황부자가 많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진평입니다. 그런데 돈을 번 황부자는 아주 못된 놈이고 지혜로운 진평은 돈은 없지만 지혜를 나눌 줄 아는 현인입니다.”
“그래? 그럼 불러드려라”
그러나 황부자는 부르기도 전에 금은보화를 가지고 왕에게 찾아갔으나 진평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 간다며 볼일이 있으면 찾아오라 했다.
현왕은 이를 두고 곰곰이 생각하며 돈을 가지고 온 황부자에게 물었다.
“이 돈을 어찌 벌었는고?”
부자가 말하기를
“왕께 드리려고 벌었지요.”
왕이 괴이하게 여겨 부자에게 다시 물었다.
“진평이는 어찌 안 오는가?”
“그놈은 고고하기 짝이 없어 바른말만 한답시고 시류를 모르는 놈이니 엄하게 다스리소서”
부자의 말을 듣고 왕은 대노하며 말하기를
“네놈의 재물은 백성의 고혈로 짜서 만든 것인데 내게 바치면 내가 나쁜 왕이 되는 것이 아니냐? 진평이는 목숨 걸고 백성을 위해 할 말이 있는 것 같으니 충신이 아니냐? 자고로 현명한 군자는 재물을 모으는 기술이 아니라 백성을 위하는 지혜로운 자를 가까이 하라 했거늘 네놈의 재물은 내가 다시 거두면 되는 것이지 진평의 지혜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그러면서 부자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여 백성에게 나누어주고 부자는 저잣거리 변소의 청소부로 쓰게 하였다. 이후 진평은 백성을 위하는 충심을 인정받아 관리가 되었고 현명한 왕과 함께 태평성대를 이룬 재상이 되었다.
사람의 일은 매우 교묘하여 쉽게 지나치는 일이 중요할 때가 있고 쉽게 생각하는 바이지만 어려운 결심이 될 때가 많다. 당연하지만 조심해야 할 일이 많은 법이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맹자왈 인자무적(仁者無敵) 어진이는 적이 없고
공자왈 덕자불고(德者不孤) 덕 있는 자는 외롭지 않다.
2019년 5월 15일 북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