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을 떠는 감?

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생활칼럼

by Kimkihoon

내가 사는 동네에는 이층 공원이 있다. 겨울 내내 동네 개들이 비료를 주는 터라 올해에는 온 동네에 과실들이 엄청나게 달렸다. 뽕나무에는 오디가 주렁주렁하고 살구나무는 엊그제 꽃이 피었건만 벌써 탐스러운 과실이 매달렸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오후가 되면 뽕을 따러 작대기란 비닐주머니를 대동하고 소싯적 날렵함을 자랑하며 나무를 타는 모습이 매우 정겹다. 나도 살구나무 지나면서 저거 언제 따먹나 조바심이 생겼다. 아직 푸르스름한 것이 익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니 살구나무는 줄 생각도 없는데 나 혼자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그래도 익으면 내가 젤 먼저 따먹어야지 하면서 응큼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저거 따다가 친구들도 나눠줘야지 하면서 말이다. 내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 가진 오지랖이 비단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에서 젤로 멍청한 짓이 똥과 된장을 구분 짓지 못하는 일이니 오지랖은 된장을 똥으로도 바꾸고 그 반대로도 바꾼다.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중국의 진나라 때 탁현이란 동네에 사마랑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 집에는 과실나무가 많이 열려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맛있는 과일들이 많았다. 사마랑은 그저 차를 마시기 좋아했으며 과일들을 말리거나 식초를 담가서 다양하게 즐겼다. 옆집에 사는 마씨는 그런 사마랑의 집에 자주 드나들며 무엇이든 잘 얻어다 썼다. 그런데 이 마씨라는 사람은 역마살이 있어서 온 천하를 다니며 유랑하듯 사람 만나고 풍류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였는데 한 가지 단점은 오지랖이 많고 줏대가 없었다.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사실인 듯 씨부리는 장기가 있었다.



하루는 사마랑 집에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 맛있는 단감처럼 보였다. 그러자 사마랑은 식초를 담그려고 따지도 않고 기다리며 때를 기다렸다. 어차피 감은 많고 시간도 많으니 글씨나 쓰면서 쳐다만 봤다. 감이 열린 풍경에 시를 짓고 풍류를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마랑은 감이 단지 떫은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자 옆집 마씨는 지난번 낙양성 구경을 다녀온 후에 사마랑 집에 들러서 감이 달린 것을 보고 흥분하여 짓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저렇게 맛있는 감을 왜 그냥 놔두는 감? 내좀 따가면 안되는가?”



사마랑은 내심 익지도 안은 감을 왜 따가냐고 하고 싶었지만 그냥 그러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마씨는 아직 익지도 않은 감을 마구 따다 선심 쓰듯 낙양성 십리길에 만난 친구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익지도 않은 감을 먹은 사람들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고 떫어라 이걸 왜 주는 거야! 도대체!”



그러자 마씨는 사마랑에게 아니 안익은걸 왜 주느냐고 도리어 따져 물었다. 사마랑은 그냥 웃기만 했다. 가을이 되어 감나무에 감이 홍시가 되어 주렁주렁 달리니 이제는 마씨가 하나 얼른 따먹어 보고는 맛있다고 또 염치없이 감을 구했다. 사마랑은 또 한 번 그냥 마씨가 하고 싶은 대로 나누었다. 그렇자 이제 마씨는 자기가 감나무 주인인 듯 감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이 감 저감 내감 니감 오지랖을 떨면서 감을 따기 시작했다. 사마랑은 그런 마씨가 못 마땅했지만 그냥 놔뒀다. 어차피 감은 감이니까.



그런데 일이 터지고 말았다. 마씨가 낙양성 십리 길서 만난 박씨라는 사람네 아버지가 마씨가 오지랖으로 따다준 감을 달다고 열개나 먹고 변비에 걸려 알아 누운 것이다. 안 그래도 노인네가 뒤가 시원치 않은데 감을 잡수고 변을 보지 못하니 세상이 노랐고 배속에서는 돌덩이를 짊어진 듯 무겁고 아파서 환장할 지경이었다. 그러자 이 노인네는 마씨를 불러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 망할 놈아 네놈이 감을 가져다줘서 내가 다 죽게 생겼다 이놈아 어쩔 거야 아이고 배야!”



마 씨는 속으로 지가 먹은걸 왜 나한테 그렇냐며 눈을 흘겼다. 그러고 나서 사마랑 집에 가서 원망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마랑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마씨! 말이야 바른말이지 내가 감을 따서 마씨한테가져다 누구한테 주라고 했소? 팔라고 했어? 왜 나한테 와서 이러시오!”라고 역정을 냈다.



마씨는 화를 내는 사마랑이 평소 답지 않다며 적반하장으로 강하면 부러진다고 훈계를 했다. 사마랑은 어이가 없지만 변비에 고통받을 그 이름 모를 노인을 위해 지난 여름 떫은 감으로 담근 감식초를 내어 주었다. 그러면서 마씨네에게 충고했다.



“마씨! 내 이야기를 들어보소.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성격도 다른데 아무리 좋은 약을 준다 한들 때와 체질에 어울리는 처방을 해야 하지 않겠소 사람이 사람에게 지 필요에 의해서 단물만 빨아먹고 쓴 약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게 아첨만 늘어 놓는 간신이지 무엇이겠어? 오늘 내 고언을 새겨 들으시오. 그리고 지난번 그대가 타박했던 그 떫은 감으로 담근 식초는 변비에는 즉효이니 얼른 어르신께 갔다 드리시지요!”



사마랑이 준 감식초를 들고 박씨네 노인은 쾌차하였고 마씨는 그 일로 오지랖으로 동네를 시끄럽게 하던 일을 그만두었다.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오지랖을 떠는 일은 참 한심한 감이 없지 않다는 걸 스스로 느낀 후였다.



좋은 것을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받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만든 사람이 주길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좋은 약도 만든 사람의 의도가 있고 처방하는 사람이 다르니 약도 모르고 처방도 모르는 이의 눈에는 달리 보일 수밖에 없겠다. 그러므로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 않아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한다. 오지랖은 금물이다. 그런 감을 생각해보는 하루이다.



2019년 5월 14일 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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