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게 일하는 방법
나는 꼼꼼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나를 꼼꼼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스스로 '꼼꼼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스스로 꼼꼼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책임하에 어떤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그 잘못된 생각을 고쳐나가야 했다. 난 꼼꼼한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한 번에 여러 일을 짧은 기간 내에 해내야 할 때 한번 리듬을 놓치면 걷잡을 수 없이 실수를 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많이 놓쳤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일을 처리하다가 급한 일들을 놓칠 뻔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하루에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손님이 많거나,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모임에서 일정을 조율하거나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이다.
그렇게 처절하게 밟히고 나서야 '나는 꼼꼼한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조금씩 키워갔다. 그래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바짝 긴장을 했다. 그리고 오히려 꼼꼼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나니 '어떻게 하면 놓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해왔다. 업무를 배우면 '오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어도 다음에 할 때는 '내가 이런 업무를 했었다고...?'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무 플로우와 필요한 일체 서류, 전산처리 방법들을 매뉴얼화하였다. 업무에 대한 처리 방법도 방법이지만 다양한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해야 할 때는 나의 판단을 하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그냥 읽으면 뭘 해야 할지 알 정도로 적어두었다. 실무자가 많지 않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알고리즘처럼 'A의 경우에는 a를 B의 경우에는 b를 처리할 것'이라는 식으로 아주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적었다. 일정을 과도할 정도로 세분화하여 구글 캘린더에 작성하여 스케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였다. 업무가 끝나는 시간부터 역산을 하여 '그럼 며칠 전에는 c를 하고 그 며칠 전에는 b를 해야 하니 그 며칠 전에 a를 끝내놔야겠다.'라는 식으로 놓칠 수 없는 계획을 세웠다.
꼼꼼함은 성향도 성향이지만 태도의 문제인 것 같다.
적당히 '아 이날 이거하고 저 날 저거 하면 할 수 있겠네'가 아니라 '나는 꼼꼼하지 못하니 단계를 쪼개서 뭘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 두고 소요 시간이나 동선을 체크해야겠다.'라는 태도. 자신이 꼼꼼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 그걸 인정하고 나서야 실제로도 많은 것을 놓치지 않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꼼꼼하고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내 모든 오감에 유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