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뮤즈 ‘Avril lavigne’

음악의 정체성을 찾아준 '릭'

by 김유난


지난 글에서는 4형제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했다.


첫째 '릭'은 고등학생인 만큼 아래 세 동생들과는 독립적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내가 애들이랑 뭘 해'라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대화를 해본 적도 거의 없고, 2층에 거의 상주했기에 마주친 적도 거의 없다. 아침 등교를 할 때 엄마 '옌'이 봉고차를 몰고 차례대로 학교에 내려주었는데 그때나 같이 봉고차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누빈 기억만 있다. 하교할 때도 마찬가지로 차례대로 픽업을 하여 집으로 오는데 하루는 집에 도착하여 '릭'이 차에서 내리고 내가 내리고 있었는데 '릭'이 장난친다고 문을 확 닫아버려서 내가 못 내린 경험은 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손이라도 꼈으면 어쩌려고 그랬을까'라는 생각에 아찔하다. :)


'릭'은 밴드와 랩 광이었다. 그때 당시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거실 소파 뒤에 위치한 큰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대곤 했는데 내가 밴드음악과 힙합을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나와 동생은 함부로 그런 물건들을 만질 수가 없었다. 왜냐면 그 안에서는 일종의 '계급' 같은 것이 있었고 우리는 항상 허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때는 음악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터라 '그냥 저 노래 계속 듣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었던 것 같다. 이 음악들이 내 인생에 다시 들어왔던 것은 한국에 돌아와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2쯤이었다. 이때쯤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익숙한 음악들이 들리면 뉴질랜드에서 지낼 때의 향수가 느껴져서 그제야 제목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밴드음악과 힙합을 계속 들어 댔던 것 같다.


'Sk8er Boi'가 수록된 앨범 'Let Go'


그중 하나가 'Avril lagvine'이라는 캐나다 출신 밴드 보컬의 곡 'SK8er Boi'이다. 조그마한 체구에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던 이 가수는 전 세계에 이 곡을 알렸고 이 곡의 가사가 뭔가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처음 두 문장부터 이 노래의 쿨함과 반항적 분위기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He was a boy She was a girl Can I make it any more obvious? He was a punk She did ballet What more can I say?


< Avril lavigne - sk8er boi 가사 중 >



반항의 대명사 펑크밴드와 영재교육의 대명사 발레의 상반되는 느낌을 군더더기 없는 문장에 담아 두 문장으로 이 노래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암시했다.


노래는 돈 없이 전전긍긍하며 밴드 보컬을 하던 남자아이가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여자아이를 좋아하며 시작한다. 그 여자아이는 친구들이 만류하는 말을 듣고 다른 남자와 만나 결혼까지 하는데 나중에 티브이에서 유명해진 남자아이가 나와 노래를 하는 걸 보는 그런 내용이다. 유명해진 후 만나는 여자로 추정되는 제3의 화자가 어릴 때 남자아이를 놓친 여자아이에게 뱉는 가사를 보며 곡을 참 위트 있게 썼다고 생각했다.



Sorry, girl, but you missed out.

Well, tough, luck that boy's mine now

We are more than just good friends This is how the story ends

< Avril lavigne - sk8er boi 가사 중 >



그 밖에도 Green day, Eminem, 50 cent, 는 다 이 집에서 듣고 자랐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보니 내 뮤즈는 'Avril Lavigne'이 아니고 '릭'이었나 보다. 기타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모두 이때 들었던 곡들이 큰 몫을 했으니까.


집 구조


‘릭’과 ‘롭’의 방은 2층에 있었고 2층은 본인들만의 공간이었다. 컴퓨터가 있는 작은 방까지 방이 총 세 개였고 컴퓨터는 둘째 ‘롭’의 허락을 받아야 쓸 수 있었다. 그 집 동생들은 눈치는 봤으나 자주 오르락내리락했고, 우리한테는 텃세 아닌 텃세를 부리면서 허락을 받고 올라가야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1층에도 컴퓨터가 있었지만 인터넷이 안 됐고 '플로피 디스크'로 깔아놓은 포켓몬스터를 할 때나 사용했었다.


물론, 그때 나는 그 시절 최고의 게임이었던 ‘스타크래프트’나 ‘바람의 나라’ 정도만 깨작깨작 할 줄 알던 때라 컴퓨터를 쓰고 싶다는 욕심은 없었지만, 괜히 못 쓰게 하니까 “위에서 자기들끼리 뭘 할까?”라는 궁금증은 계속 있었다. 맨날 우르르 몰려가서 컴퓨터 앞에서 시끌시끌했고 나와 동생은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초입에서 올려다보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와 그림이나 끄적였다.




내 모든 오감에 유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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